오랜 내전의 상처 속에서도 월드컵의 꿈을 키워가던 시리아의 기적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시리아는 10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ANZ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졌다.
지난 5일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홈 1차전에서 1-1로 비긴 데 이어 2차전에서 지면서 본선을 위한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권은 호주에게 돌아갔다. 호주는 다음 달 북중미ㆍ카리브해 4위와 다시 한 번 홈 앤드 어웨이의 최종 플레이오프를 치러 여기서 이긴 팀이 러시아로 간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은 무산됐지만 시리아는 이번 최종예선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선전을 이어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리아는 8월 말 카타르전에서 3-1로 승리하며 월드컵 희망을 지핀 데 이어 지난 달 A조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2-2로 비겨 A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인 시리아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참 앞서는 50위 호주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무승부를 만들었고 이번 2차전에서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6분 알 소마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13분 호주 팀 케이힐에 동점골을 내준 후 호주의 파상 공세에도 추가 실점을 막은 채 잘 버텼다. 그러나 연장 후반에 케이힐에게 다시 골을 허용하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시리아는 6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45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1,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탓에 선수들은 시리아가 아닌 제3국을 떠돌면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고 예선 홈경기도 말레이시아에서 소화 중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펼쳐진 대표팀의 선전에 시리아 국민도 잠시나마 전쟁의 시름을 잊고 월드컵 열기에 빠졌다.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한 시리아 곳곳에서는 축구 팬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함께 지켜보며 응원했다.
비록 기적은 미완성으로 끝났고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시리아 축구의 도전은 충분히 아름답고 값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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