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거액을 들여 만든 화백회의 조형물이 1년 가까이 야산에 방치되고 있다.
이는 신라 선덕여왕과 6부의 대표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을 담은 청동 조형물로 2억8,000만원이 들었다.
경주시는 2012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특구 활성화사업 예산을 따내 조형물을 제작한 뒤 보문관광단지 내 소공원에 설치했다. 사진촬영 명소로 만들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5일 이를 인왕동 도당터널 위쪽 화백광장으로 옮겼다. 화백회의가 도당산 도당산성에서 열렸다는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도당터널 정상에 화백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으로 옮겨 설치한 것이다.
그러나 조형물은 현재 도당터널 인근 야산에 검은 천으로 덮여 1년 가까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고 있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지 못하자 화백공원에 설치한 뒤 며칠 만에 철거한 것이다. 화백공원이 위치한 경주 남산은 사적 제311호로 조형물 등을 설치할 때는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경주시는 화백회의가 열렸던 도당산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했지만 문화재청은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고 애초에 현상변경 허가도 받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 김헌석(53)씨는 “법 절차를 무시하고 조형물을 옮긴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자 시장의 치적쌓기용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주지역 한 문화단체 관계자는 “관련 법규를 무시하며 대책 없이 옮긴 것이 문제”라며 “방치된 조형물을 무작정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보문관광단지로 옮기든지 시내 중심지로 옮겨 경주의 새로운 포토존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문화재청에 다시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했고 아직 심의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임시로 화백광장에 설치했다가 문화재청이 허가하면 영구 설치 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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