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찬성이 반대보다 2배 높아”
시민단체, “필요성 의견 많지 않아”
반대주민들, 여론 왜곡 단식 돌입
“도민들과 연대 투쟁할 것” 항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놓고 제주도와 시민사회단체가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상반되게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 등은 “도가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10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해 여론조사를 둘러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제주도는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4일 제주에 사는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한 결과,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63.7%로, ‘반대한다’는 비율 24%보다 2배 넘게 높게 나타났다. ‘잘 모름’ 또는 무응답 비율은 12.3%다. 성산읍 지역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한 결과도 ‘찬성’이 57.6%로, ‘반대’ 29.5%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로 성산읍 지역이 결정된 된 것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0.5%가 ‘결정한 대로 추진’을 선택했다. 다만 ‘타당성 조사 재실시’를 선택한 응답자도 40.8%에 달했다.
도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토교통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제주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1일과 22일 이틀간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도의 여론조사 결과와 달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항시설을 확충할 경우 가장 적절한 대안’을 묻는 질문에 ‘현재 제주공항 확장’이 33.6%로, ‘성산읍 부지 제2공항 신설’ 24.4% 보다 9.2% 포인트 높았다.
또한 공항인프라 확충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49.3%)는 의견이 ‘필요하지 않다’(41.1%)는 의견보다 많았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이지만 결과는 서로 다르게 나오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성산읍 주민들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도 이날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토부에 공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도민 의견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피해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결론도 안 난 5개 마을 이장들과의 간담회 결과를 왜곡해 피해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조속히 원한다는 공문을 국토부로 발송했고,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발주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독선 가득한 제주도정에 맞서 단식투쟁을 결의했다. 제2공항 원점 재검토까지 제주도민들과 연대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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