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인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부상한 데 대해 미국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가족 통치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만일의 유고 사태에 대비해 잠재적 후계자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여정은 지난해 5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뒤 17개월 만인 지난 7일 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에 올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튿날 당 인사 내용을 공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9일(현지시간) “김정은이 여동생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 기관에 올려놓았다”며 “김여정은 비밀스러운 의사결정 기구의 최연소 구성원이 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의 자녀가 모두 6세 이하로 추정되며 “예상치 못한 통치 부재 상태에서 왕조를 보증할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이 김정은에게 은밀하게 서류를 건네거나, 노동당 대회에서 꽃다발을 받아 챙기는 등 최근 행동 반경에 주목한 워싱턴포스트(WP)도 “김정은이 (김여정 발탁으로) 하나의 새로운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고 강조했다.
김여정이 북한의 군사 행동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지위라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일간 USA투데이는 ‘가부장제 북한에 새로운 의사결정자(decision maker)가 등장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말총머리를 한 새로운 김(김여정)은 비록 ‘고무도장’(정책ㆍ노선을 자동으로 인가한다는 의미)을 찍는 의사결정체에서 정치적 논쟁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며 “(논쟁은) 군사적 결정도 포함한다”고 전했다.
다만 김여정도 언제든 핵심권력에서 다시 배제될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시드니대 국제안보연구소 피터 헤이예스 교수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때로는 가족파벌이란 것이 반드시 보호막이 돼주는 건 아니다. 김여정도 이 점에서 완벽하게 면역이 돼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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