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정훈/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롯데 조정훈(32)이 다시 가을야구의 중심에 섰다. 8년 만에 돌아온 마운드에서 희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조정훈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2차전에서 7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1사 2루 위기였다. 자칫 흐름을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정훈은 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대타 이호준을 4구 만에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박민우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모창민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8회에도 조정훈의 역투는 계속됐다. 그는 선두타자 나성범을 좌전 안타로 내보냈지만 이후 스크럭스-박석민-권희동으로 이어지는 상대 4~6번 타자를 연달아 아웃시켰다. 조정훈의 1⅔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에 힘입은 롯데는 NC를 1-0으로 누르고 2차전을 가져왔다.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귀중한 승리였다.
조정훈에게는 더 의미가 있는 가을이다. 이 무대에 다시 서는 데만 8년이 걸렸다. 조정훈은 2009년 정규시즌에서 14승(9패)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의 활약은 가을에도 이어졌다. 그 해 두산과 준PO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따냈다. 결정구 포크볼로 두산 타자들을 꼼짝 없이 묶어 내면서 가을 잔치를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좋은 기억은 짧게 끝났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술대에만 네 차례 오르며 어둠의 시간이 길어졌다. 팔꿈치 수술만 세 차례 받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만 지루하게 반복됐다. 한때 롯데 마운드를 책임졌던 조정훈의 이름도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누구도 그의 재기를 장담할 수 없었다.
포기는 없었다. 조정훈은 마침내 지난 7월 1군에 복귀했다. 7월9일 사직 SK전에서 2010년 6월13일 한화전 이후 2,583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인간승리' 드라마를 썼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그는 올해 26경기에서 4승2패 8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활약하며 롯데의 후반기 돌풍에 힘을 보탰다. 9월 이후에 나선 7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필승조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이제는 다시 가을 무대다. 8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에 나선 그는 "정말 많이 설레고, 떨린다"며 웃음 지었다. 몇 번이고 마음 속에 그렸던 마운드에 서는 만큼 그가 느끼는 감정도 이전과는 다르다. 조정훈은 2009년을 떠올리며 "그때는 어렸고, 철 없이 마운드에 올라 부담 없이 던졌던 것 같다"며 "지금은 그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단단한 마음을 전했다.
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시즌 중 연속 등판을 거의 하지 않으며 관리를 받아왔다. 하지만 팀이 큰 경기에 나서면서 조정훈도 연투를 하고 있다. 그는 전날(8일) 1차전에서도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조정훈은 "팀이 중요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연투 부담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오늘 경기에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조정훈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롯데도 '더 긴 가을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조정훈은 "오늘 좋은 경기를 해 기쁘다. 타자들이 힘들 때 투수들이 잘 도와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팀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부산=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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