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매체 “위성 등 통해 상황 파악”
소규모 전력으로 가동 가능한
봉제ㆍ의류 공장 움직이는 듯
정부는 재가동 막을 방법 없고
불법행위 근거도 미약해 속앓이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재가동 정황을 이미 지난달 초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가동을 막을 수 있는 방도가 딱히 없는 데다 불법 행위라고 규정할만한 법적 정치적 근거도 미약해 속으로만 끙끙 앓아 왔다고 한다.
9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일부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 최소 한 달 전부터 일부 공장 재가동 정황을 파악하고 공식 루트를 통해 최고위급까지 정식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위성 등 감시 자산을 통해 진작에 공단 움직임을 파악했으며 관계 당국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며 “공장 일부가 ‘돌아가고 있다’는 정도로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공장이 재가동되고 있는지, 재가동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은 지금도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달 초에 이미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조선(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남한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은밀하게 가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6일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대해 그 누구도 상관할 바 아니다”며 공장이 재가동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정부 발표 및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 당국은 소규모의 전력으로도 가동이 가능한 의류나 봉제 공장을 가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공단 폐쇄 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전력을 끊은 상태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비대위원장은 “봉제 공장은 비교적 적은 전력으로도 가동할 수 있다”며 “발전기를 돌려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 내 설비는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자산인 만큼 엄연한 남측 자산이다. 반면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당사자가 남측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공단 재가동을 ‘불법 행위’라고 항의하기도 애매한 형편이다. 더구나 개성공단 재개를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던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공단 재가동에 난감할 따름이다.
개성공단 관련 기업들이 강력 대응을 촉구하면서 정부로서는 더욱 난처한 입장이 됐다.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는 “정치적 상황으로 재가동이 어렵다면 설비를 보수ㆍ유지하기 위한 북측과의 협의라고 해야 한다”며 “북한의 독단적 공장 가동도 정부의 공단 폐쇄 결정에 따른 것인 만큼 정부가 보상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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