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없고 병목지점 아니지만
앞차 감속→연쇄반응이 원인
불필요한 차선 변경 자제하고
휴대폰 사용ㆍ음식 섭취 삼가야
서울 노원구에 사는 장보순(59)씨는 올해 추석도 어김없이 충남 당진시 고향에 다녀오는 길에 교통지옥을 겪었다. 장씨가 귀경한 4일 전국 고속도로엔 추석 당일 기준 역대 최대치의 차량(약 588만대)이 몰렸다. 긴 연휴에 따른 분산 효과는 물거품이 됐다 쳐도 정작 장씨를 괴롭힌 건 따로 있었다. 운전경력 수십 년간 반복해 겪어 온 이른바 ‘유령 정체’다. 그는 “고속도로 분기점 같은 병목지점이나 교통사고 구간에서의 교통 체증은 이해가 되지만, 뚜렷한 정체 요인 없이 막히는 구간을 지날 때면 허탈하고 약이 오를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장씨처럼 숙련된 운전자들도 골탕 먹는 유령 정체 원인은 그간 국내외 연구와 실험 등을 통해 밝혀졌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재작년 펴낸 책에서 갑작스런 교통상황 변화에 따른 운전자의 과잉 반응을 유령 정체 이유로 꼽았다. 한 명의 운전자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면 뒤따르던 운전자들이 덩달아 감속하게 되는데, 이때 감속 폭이 뒤로 갈수록 커지는 연쇄 반응 탓에 정체가 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운전 중 스마트폰 활용 등 선두 차량의 저속 운전을 계기로 정체가 시작되는 ‘무빙 보틀넥(moving bottleneck)’ 현상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령 정체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한 연구는 없지만, 완화책은 분명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필요한 차선 변경이나 급정거를 자제하면서 ▦차량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고 ▦스마트폰 활용이나 음식 섭취 같은 주행 방해 행동을 줄이는 등 기본적인 교통 상식만 잘 지켜도 유령 정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설 위원은 또 “병목지점 상습 정체 원인도 사실상 유령 정체 원리와 비슷하다”며 “운전자는 주변 차량이 예측 가능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도로 이탈지점을 충분히 앞두고 끝 차선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등 관계기관이 분기점 사전안내표지판 또는 차량유도선을 추가하는 것 역시 상습 정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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