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대출 여행족’이 늘었다는 기사가 중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통계의 출처인 온라인금융업체 제다이바오(借貸寶)의 전력 때문이다.
21세기경제보 등 중국의 일부 매체들은 지난 6일 제다이바오가 자사 이용자 1억3,800만명의 대출 통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인용해 “대출을 받아 여행하는 젊은층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제다이바오 이용자 30만2,000여명이 50만4,000건이 넘는 여행 관련 대출서류를 발급받았으며, 이 가운데 25~28세의 주링허우(90後ㆍ1990년대 출생자)가 30%를 차지했다.
여행 대출 이용자의 평균 대출액은 6,000위안(약 103만2,000원)이었다. 주링허우의 평균 대출액은 5,000위안(약 86만원)인 데 비해 29∼32세의 대출금액은 1만위안(약 172만원)에 이르렀다. 지역별로는 베이징(北京) 출신이 전체 여행대출자의 3.9%로 가장 많았고, 상하이(上海ㆍ2.5%)ㆍ선전(深圳ㆍ2.2%)ㆍ광저우(廣州ㆍ1.6%)를 포함한 4개 대도시 출신의 비중이 10%를 넘었다.
사실 중국의 여행 수요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인터넷ㆍ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일상화했다는 점에서 대출 여행족 증가 보도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문제는 제다이바오를 비롯한 중국 내 상당수 온라인금융업체의 영업 행태다. 중국은 금융시장의 개방 정도가 미미해 국제적인 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별 제약 없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지만 대출ㆍ상환 조건 등과 관련한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사회문제화 하는 경우가 많다.
여대생이 알몸을 한 채 신분증이나 채무 각서를 들고 사진을 찍어 대출 담보로 넘기는 뤄다이(裸貸)가 대표적이다. 나체사진 유포 등 대출업체의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한 온라인금융업체에서 여성 167명의 나체사진과 동영상, 개인정보가 담긴 압축파일이 유출돼 중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는데 해당 업체가 바로 제다이바오였다. 대출 여행족이 증가했다는 보도의 출처를 접한 네티즌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을 나락으로 내몰려고 하느냐”고 발끈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공식인가를 받은 은행에서만 샤오위안다이(校園貸ㆍ대학생 대상 학자금 및 창업 지원 소액대출)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분증과 학생증만 있으면 대출을 해주는 P2P(개인간 대출) 금융업체들은 사실상 관리ㆍ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뤄다이를 포함한 샤오위안다이 규모는 1,000억위안(약 172조원)에 달하고, 상당액의 대출금리가 법정한도인 연 24%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디 ‘popa**’는 대학생들의 대출 수요 중 여행이 3위라는 씨트립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런 댓글을 남겼다. “대출 여행족 여러분, 뒷감당은 할 수 있나요?”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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