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의 동물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 차로 1시간 반쯤 걸리는 스트라우베리 저수지로 가면 상류로 올라가는 연어를 볼 수 있다는 소식을 현지 친구에게 들었다. 여지껏 식탁 위의 연어만 보았던 나로서는 굉장히 솔깃한 말이었다. 번식을 위해 태어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고 죽는 연어라니... 곰 한 마리가 세차게 뛰어오르는 연어를 잡는 모습이 떠올랐다. 다큐멘터리를 너무 많이 봤다 보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곳은 아주 조용한 풀밭이었다. 마침 방문자 센터 앞에 직원이 보였다. 직원은 조금만 더 가면 연어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고 알려줬다.
풀밭 사이로 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몇 마리의 연어들이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 냇물을 따라가니 끝에는 정말 엄청난 연어들이 모여 있었다. 홍연어(Kokanee salmon, 이하 연어)였다. 다만 시멘트 수조에 갇힌 채였다. 연어들은 몸을 펄떡이며 수조를 뛰어넘으려고 했지만 '장벽'은 너무 높았다. 걱정이 가득한 것 같았다. 옆 건물에 들어가니 오늘 들어온 연어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설명판을 읽고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이곳은 연어를 모아서 크기와 나이로 나누고 질병이 없는지 확인하는 장소였다. 그 후 암컷의 알과 수컷의 정자를 인공수정해 부화시킨 후, 적당히 자라면 다시 자연으로 풀어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잡는 연어의 수가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연어보다 많아서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이었다. 유타는 낚시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데, 번식기의 연어를 보호하기 위해 9월 10일부터 11월 30일까지는 연어를 잡을 수 없다. 인공수정에 이용하지 않는 다른 연어들은 자연적으로 상류로 올라가도록 둔다.
근처에 있는 인디언 크릭(Indian Creek)에 가면 자연적으로 상류로 올라가는 연어들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연어들이 다큐멘터리 한 장면처럼 거친 물살을 뛰어오르지는 않았다. 아주 작은 개울의 물살을 건너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별것 아닌 장애물처럼 보이는데도 몇 번이나 넘어가지 못하고 되돌아갔다가 다시 시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주어진 삶을 끈기 있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면의 힘이 느껴졌다. 마음 속으로 연어를 응원했다. 한편으로 그 연어가 사라지지 않고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이유가 인간의 욕구 때문이라는 점이 묘하게 느껴졌다. 더 가지고자 하므로 남겨두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생각났다.
하지만 거위의 배를 갈라 더 이상 황금알을 얻을 수 없었던 동화의 결말처럼 세계 곳곳의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연어 시장이 야생 연어 부족으로 상당수 문을 닫았다. 댐과 수로를 만들고 도시와 농작물에 너무 많은 물을 끌어다 쓴 나머지 어린 연어들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어가 사라지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연어에 의존하고 있는 동물은 불곰과 범고래 등 137종이나 된다. 산란 후 죽거나 동물이 먹고 남긴 연어의 사체는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또한 야생 연어가 사라지면서 늘어나는 양식 연어는 건강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함께 환경오염 논란이라는 도마 위에 올라있다. 연어를 키울 때 칠레에선 항생제를, 노르웨이는 살충제를 쓴다고 한다. 사람들이 잃고 있는 황금알은 단순히 연어 낚시의 손맛이나 캘리포니아 롤 위에 얹어진 연어의 감칠맛이 아닐 것이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 전부터 꿈꾸던 '전 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 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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