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우선”에는 이구동성
미국의 압박을 못 이겨 결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착수에 합의하자 정치권에서 예견된 공방이 벌어졌다. 이구동성으로 “국익 우선”을 강조했지만 “잘하는지 보겠다”며 빌미잡을 채비에 나선 야당을, 여당이 “잘하도록 협조해달라”며 단속하는 모양새다.
보수 야당들은 5일 한미 FTA 개정 협상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곧장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미 FTA 체결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 측에 불리한 협정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상기시킨 뒤 “자신들의 주장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고, 미국의 압력에 재협상까지 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만약 국익을 손상시키는 협상을 하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말하는 독소조항 개정이 이뤄지고 국익을 증진시키는 협상을 해올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썼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야당 시절 문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에 앞장섰고, 정부ㆍ여당도 결사적으로 폐기를 주장했다”며 “결국 당시 정부가 협상을 잘했다는 것이 이런 식으로 확인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여당은 방어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먼저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해 분야마다 이해관계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모든 것의 우선은 국익”이라며 “국익을 우선하는 자세로 한미 FTA 개정에 임해줄 것을 관계 당국에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동시에 야당을 상대로도 “한미 FTA 개정이 도움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 드린다”고 촉구했다.
다만 국익 강조에는 여야가 없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를 폐기한다고 얘기를 하는 등 혼란 속에서 사실상 재협상 합의가 됐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익 우선”이라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여파를 면밀히 검토하고 점검해 FTA 개정으로 국익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야당도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철두철미한 분석과 대비를 해야 한다”(한국당)거나 “최선을 다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도록 노력해야 할 것”(바른정당)이라고 당부했다.
한미 통상 당국은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에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어 한미 FTA 개정 협상 절차에 사실상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까지 거론하는 등 미국의 통상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다. 이날 공동위에서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직접 나와 첫 대면 협상을 벌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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