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4일 워싱턴에서 한미 FTA 공동위 2차 회의 개최
트럼프 대통령 ‘FTA 폐기‘ 위협에 결국 개정 협상 요구 수용
美 내년 개정 협상서도 ‘FTA 폐기’ 지렛대 쓸 듯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한미 FTA 효과를 한미 양국이 공동 분석하자고 제안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위협하며 밀어 붙인 상황이어서 결국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S) 대표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2차 회의를 갖고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 뒤 “논의 결과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FTA 개정 협상 필요성에 공감함에 따라 각각 자국의 국내법에 따라 개정 협상 착수를 위한 내부 절차를 밟게 된다. 산업부는 “우리 측은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ㆍ공청회ㆍ국회 보고 등 한미 FTA 개정협상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행정부가 FTA 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양측이 국내 절차에 속도를 내면 협상은 내년 초에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본부장은 이날 협상 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다음주 국회에 보고, 설명하고 (개정 협상) 절차 개시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협상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한미가 각자 관심 사항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고, 특히 (한국 측의) 연구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이를 미국은 경청했고 의견교환까지 했다”면서 “웬만큼 잘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개정협상 절차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또 미국의 FTA 폐기 위협이 해소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협상은 ‘철폐’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감안해야 한다. 미국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날 2차 회의에 대해 “우리 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 한미 FTA와 미국 무역적자와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FTA 효과 분석 내용을 공유했다”며 “미국 측은 한미 FTA 관련한 각종 이행 이슈들과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기했고, 우리측도 이에 상응하는 관심 이슈들을 함께 제기하면서 향후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한미 FTA 폐기 카드를 꺼냈으나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북핵 위협이 대두된데다 안보팀과 의회, 상공단체 등의 반대로 한미 FTA 폐기론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을 위해 협상팀에 ‘미치광이 이론’을 적용토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올 정도로 한미 FTA 개정에 매달려왔다. 김 본부장도 최근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편지까지 작성할 정도로 실질적인 폐기 움직임이 있었다”며 “한미 FTA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고 미국의 기류를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 착수 뿐만 아니라, 내년에 개시될 실제 개정 협상과정에서도 미국에 유리한 내용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FTA 폐기’를 지렛대로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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