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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업] 추석 노래방 ‘세대공감송 4’

입력
2017.10.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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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다. 빠듯했던 연휴로 차례상 치우고 상경하기 바빴던 여느 때 명절과는 다르게 조급함은 한결 가셨다. 가족과 모처럼 둘러 앉아 진득하게 즐거운 한때를 보낼 기회다.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을까. 윷놀이? 화투? 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에 가족들이 선호하는 오락으로는 ‘노래방 가기’가 3위에 올랐다고 한다. 음악으로 대동단결하기 좋아하는 ‘노래방 민족’다운 결과다. 친지와 저녁을 먹고 중천에 뜬 보름달을 조명 삼아 나들이하는 노래방길.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는 친목의 자리인 만큼, 세대 간 소통의 징검다리가 될 노래라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준비했다. ‘추석 노래방에서 부르면 좋을 노래 4’. 1월부터 지난달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은 곡을 대상으로 했으니, 뒤떨어진 감각에 대한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가수 윤종신.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종신.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종신 ‘좋니’...음원 차트 최고 역주행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요즘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노래가 바로 윤종신의 ‘좋니’(가온차트 8월 노래방 차트 1위)다. 10~40대에 걸쳐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남성들이 특히 많이 부른다. ‘뒤끝 있는 너의 예전 남자친구’로서 연인을 못 잊어 힘들어하는 지질함이 가득한 가사 덕분(?)이다. 애절한 가사에 후렴부에 확 터지는 고음은 노래방 히트곡의 공식을 모두 갖췄다.

10대들에게는 최신 유행곡이지만, 멜로디가 1990년대 유행했던 발라드풍이라 40~50대 부모들도 친근하게 들을 수 있다. 이 노래를 방아쇠 삼아 중년의 부모가 노래방 리모컨을 낚아 채 바로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1992)을 예약 할 수 있으니, 10~20대 자녀들은 마음의 준비를.

무대에서 열창하는 가수 나훈아. 한국일보 자료사진
무대에서 열창하는 가수 나훈아.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훈아 ‘남자의 인생’...화제의 컴백

‘아이돌’이 10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11년 만에 복귀해 세간을 들썩인 ‘트로트 황제’ 나훈아는 60~70대의 아이돌이다.

“지친 하루 눈은 감고 귀는 반 뜨고 졸면서 집에 간다.” 나훈아는 신곡 ‘남자의 인생’에서 고개 숙인 가장의 어깨를 다독인다. 나훈아 특유의 구성지면서도 박력 있는 목소리가 곡의 애절함을 더한다. 30대 이하 세대엔 낯설 수 있지만, 60대 이상에겐 히트곡이다. 나훈아의 ‘남자의 인생’은 지난 7월 공개된 뒤 BGM 월간 차트 6위에 올랐다. 중년층이 인터넷 블로그와 온라인 메신저 등에서 배경 음악으로 ‘트로트 황제’의 신곡을 많이 사용한 결과다. 추석 TV 특집쇼에서도 볼 수 없는 나훈아를 노래방에서 대신 만날 기회다. 요즘 아이돌과 50여 년 전 아이돌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부모 혹은 부모가 노래방에서 자식들에게 들려줄 나훈아 전성기 시절 무용담은 덤이다.

가수 에일리.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에일리.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최다 스트리밍

“모든 날이 좋았다.” 이 문장만큼 올 상반기 시청자의 마음을 찬란하고 쓸쓸하게 뒤흔든 대사가 있을까.

지난 1월 종방한 tvN 드라마 ‘도깨비’는 배우 공유뿐 아니라 OST도 ‘눈부시게’ 주목 받았다.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김신(공유)이 부르는 노래 같았다. 가사를 쓴 이미나 작가가 ‘도깨비’의 대본을 보고 또 보며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 ‘몹시도 좋았다’ 등 공유가 드라마에서 대사로 했을 법한 가사를 만들어 곡에 대한 공감을 키워다. 에일리는 흐느끼듯 애달프게 곡을 불러 곡의 쓸쓸함을 더했다. 올 상반기에만 멜론 등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1억 2,000만건 넘게 곡이 재생된 최고 히트곡이다. 읊조리듯 시작해 후렴구 터지는 고음부가 복병이다. 이 고비만 넘길 수 있다면 공유와 김고은가 빚은 명장면, 명대사를 되새기며 세대 공감할 수 있는 노래로 딱 맞다.

양희은 ‘가을 아침’... 최고의 재발견

가수 아이유가 부른 ‘가을 아침’은 감동의 전초전이었을 뿐이다. 아이유가 최근 낸 리메이크 새 앨범 ‘꽃갈피 둘’에 실려 음원 차트 1위를 휩쓴 ‘가을 아침’은 그의 까마득한 선배 양희은이 1991년 낸 노래다.

양희은의 20주년 데뷔 기념 앨범 ‘양희은 1991’에 실린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워낙 빛을 봐 당시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지만, 이 곡이 지닌 울림은 깊다. 이병우의 온기 어린 통기타 선율에 양희은의 여유로움을 머금은 맑은소리가 얹혀져 가을 아침 햇볕처럼 쨍한 감동이 밀려 온다.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와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이라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법한 가사의 옛 정취들이 백미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춰오는’ 가을아침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아이유의 풋풋한 소리보다는, 초로(初老)의 목소리가 전하는 공명이 더 클 수밖에. 부모와 자식이 추석에 함께 부르는 ‘가을아침’은 어떨까.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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