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생계비 학자금 장례비 긴급지원
지난해 1,528건 37억으로 지원 확대
“피해자 구제도 범죄자 처벌만큼 중요”
A씨에게 올해 5월22일 악몽 같은 일이 생겼다. 전북 익산시 자신의 결혼상담소 사무실에 갑자기 들이닥친 B(56)씨가 “내 아내와 바람을 피웠다”며 흉기로 A씨를 마구 찔렀다.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B씨는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B씨는 죗값을 받았지만 A씨가 난데 없이 당한 피해는 회복할 길이 없었다. 목 뒷부분과 이마 위쪽 부위 등에 영구 흉터가 생겼고, 흉기를 막다가 손가락 신경이 손상돼 재활치료를 받게 됐다.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해서 노부모를 부양하는 A씨는 생계까지 곤란해졌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A씨는 분노억제 장애와 수면장애,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에도 시달렸다.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외벽 보수공사를 하던 C씨는 영문도 모른 채 추락사했다. 작업 도중 휴대폰으로 틀어 놓은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아파트 주민이 옥상에 올라가 C씨의 생명 줄과 다름 없던 밧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12층 높이에서 떨어진 C씨는 사망했고, 그가 부양하던 부인과 5명의 자녀들, 칠순 노모 등은 살 길이 막막해졌다.
형사처벌에 주력해온 검찰이 범죄 피해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검찰은 범죄로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치료비 및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범죄로 사망하거나 장해 혹은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법무부가 지급하는 범죄피해구조금의 지원대상에 해당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을 선제적으로 돕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5,000만원 이내의 치료비와 심리상담비, 가족 수에 따른 생계비와 학자금, 장례비를 지원한다
A씨에게도 입원비ㆍ치료비 등 600여만원과 매달 100만원씩 6개월간 생계비가 지원됐다. 그는 지역검찰청과 연계한 상담센터에서 심리치료도 받게 됐다. 지역신문에 가해자 진술만을 토대로 ‘불륜남’으로 보도된 것에 대한 정정보도청구를 하는 과정에서도 법률자문까지 받았다. 심리치료를 원하는 C씨의 가족 일부는 치료지원을 받게 됐고, 가족에게는 6개월치 생계비 960만원과 장례비 300만원, 자녀들 학자금 등 모두 1,720만원이 지급됐다.
검찰의 범죄 피해자 지원금액은 수요가 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재원이 부족한 편이다. 2015년 28억원(1,167건)에서, 지난해에는 37억원(1,528건)으로 늘었고, 올해 8월까지는 벌써 20억원(925건)이 지급됐다.
검찰이 이처럼 범죄 피해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인권보호기관이라는 검찰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뿐 아니라 억울한 범죄 피해자 구제도 국가기관의 주요 기능”이라며 “검찰도 사회안전망 구축에 더욱 기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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