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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영화 모두 우리 작품” 은행들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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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영화 모두 우리 작품” 은행들이 웃는다

입력
2017.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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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택시운전사’ ‘살인자의…’ 연타석 대박

전담부서 운영 기업은행 ‘럭키’로 192% 수익률

최근엔 간접투자서 외부투자자 모집ㆍ컨설팅으로

#.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가 관객 수 1,000만 명을 넘었을 때, 우리은행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배우나 영화제작사도 아닌 금융회사가 이 영화 흥행실적에 관심을 가진 건 주요 투자자였기 때문. 최근 상영하고 있는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은행은 최근 영화판의 ‘마이다스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갈수록 많은 은행들이 ‘영화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급적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박’ 아니면 ‘쪽박’인 영화 시장에도 과감하게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느끼면서, 한 편으로는 두 손에 ‘현금다발’도 안겨주기 때문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컴퍼니케이 한국영화투자펀드는 지난 9월 초 개봉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6억원을 투자했다. 총 제작비(60억원)의 10%를 투자한 셈이다. 120억원 규모의 컴퍼니케이 한국영화투자펀드는 우리은행이 올해 3월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손잡고 만든 펀드로, 우리은행은 여기에 30억원을 투입했다. 살인자의 기업법이 개봉 후 2주 만에 손익분기점 관객수(220만명)를 이미 넘은데다 추석 연휴에도 관객몰이가 예상돼 우리은행은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1,200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 모으며 역대 흥행 순위 9위에 오른 택시운전사도 우리은행(한국영화투자펀드ㆍ3억원)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작품이다. 아직 정산이 되진 않았지만 손익분기점 관객수(500만 명)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률이 70%는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를 통해 앞으로 4년간 100여편의 한국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상영예정작인 하정우 주연의 ’1987’, 현빈 주연의 ‘꾼’, 성동일 주연의 ‘반드시 잡는다’ 등에도 각각 6억~8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초 영화투자 분야에 뛰어들었다. 우리은행처럼 간접 투자 방식인데, 관련 펀드는 총 70억원 규모다. 이중 신한은행은 50억원을 투입했다. 출발은 다른 은행들보다 늦었지만,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영화에 투자하고 있다. 차태현 주연의 ‘사랑하기 때문에’(4억원)와 조인성 주연의 ‘더 킹’(2억원), 소지섭ㆍ송중기 등이 나온 ‘군함도’(3억원), 추석연휴에 개봉한 이병헌 주연의 ‘남한산성’(3억원) 등에 지금까지 신한은행의 자금이 들어갔다.

IBK기업은행은 2013년부터 영화 투자를 위해 아예 전담부서(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이 펀드를 조성해 간접투자를 하는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직접투자를 선호한다. 기업은행은 “2014년부터 매년 3,000억원 이상을 영화 투자 및 관련 대출로 공급했다”며 “올해부터 향후 3년 간은 투자액을 더 늘려 매년 4,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문화콘텐츠에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 투자와 관련해선 은행권 선두주자인 만큼, 흥행 기록도 화려하다. 192.5%라는 최고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유해진 주연의 ‘럭키’(2015년)를 비롯, ‘검사외전’(154%ㆍ2016년), ‘관상’(140%ㆍ2013년), ‘명량’(118%ㆍ2014년), ‘국제시장’(93%·2014년) 등이 그간 대박을 냈다. 기업은행은 올해도 신한은행과 함께 ‘군함도’에 투자했고, ‘아이캔스피크’, ‘남한산성’ 등에도 직접투자를 했다.

아직은 문화콘텐츠 산업이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되는 탓에 은행들이 영화에 대한 투자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은 있다. 공통적으로 CJ E&M, 뉴, 쇼박스, 롯데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4대 주력 투자배급사들이 배급하는 한국영화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다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명 감독과 화려한 배우들이 참여한 군함도의 경우는 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됐지만 흥행에서 별 재미를 못 봤다. 역사 왜곡 논란과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손익분기점(800만명)을 못 넘기고 658만명에서 문을 닫아야 했다. 아직 부가판권 매출이 남았지만 이 영화에 투자한 기업은행, 신한은행은 기대만큼 수익률은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서서히 변화도 감지된다. 기업은행은 내달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조진웅, 송승헌 주연의 ‘대창 김창수’에 직접 투자는 물론 외부 투자자모집, 컨설팅까지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 이동현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제작사와 감독, 배우, 시나리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며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와 공연 등에도 폭넓게 지원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산업 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문화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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