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 미국서 한미 FTA 2차 회의 개최
트럼프 폐기 압박 속 우리측 부담 커져
양국 조건부로 개정협상 개시 합의할 수도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는 미국과 4일 미 워싱턴DC에서 2차 협상을 시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적진’에서 열리는 두 번째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국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 예정이다. 이번 두 번째 특별회기는 우리 측 요구로 이뤄진 것이다. 1차 협상은지난 8월 22일 서울에서 열렸다. 하지만 당시와 달리 이번 협상은 미국 적진에서 열리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에라도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압박 발언 수위도 높이고 있어 우리 협상단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1차 공동위에서 영상회의로 대화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차 공동위에서 처음으로 대면협상을 벌인다. 1차 협상 땐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 해소를 요구하는 미국에 우리 측은 한미 FTA의 호혜성을 강조하며 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같이 분석하자고 제안했다. 서로 이견만 드러낼 뿐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에 대한 폐기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미국 방문을 통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하겠다’는 서한까지 다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특별회기에서 바로 한미 FTA 개정협상에 착수하는 건 아니다. 특별회기에서 양국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한편에선 이날 2차 공동위에서는 한국이 제안한 공동분석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양국이 개정협상 개시에 합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본부장도 기자간담회에서 “효과 분석과 개정협상은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그동안 폐기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했고 앞으로도 국익 극대화와 이익균형의 원칙이라는 협상 기조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미 FTA로 이익을 얻은 미 농축산업계와 정치권 내 지지 세력을 최대한 확보해 협상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FTA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해서 당장 뭐가 큰일이 나는 듯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미국에 대해서 당당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