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 메밀꽃밭 인기
황금빛으로 물든 억새도 인상적
가을 전령 코스모스꽃도 ‘활짝’
흰색의 ‘메밀꽃’, 갈색의 ‘억새’ 그리고 형형색색의 ‘코스모스’. 제주들판이 가을꽃들로 물들어 가고 있다. 꽃들이 자태를 뽐내는 시간들이 그리 길지 않은 만큼 한 번쯤 시간을 내어 가을꽃길을 걸어보자.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이때쯤 제주에서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하는 장소가 메밀꽃밭이다. 그 중에서도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제주시 오라동 메밀꽃밭은 99만㎡(약 30만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다. 하얀 눈꽃이 내린 메밀꽃밭을 따라 도보로 1시간 거리의 나들이 길을 걷다 보면 멀리 푸른 바다와 제주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한라산과 오름이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제주의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이달 10일까지 ‘제주오라메밀꽃 축제’가 열리고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메밀하면 흔히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강원도 봉평을 손꼽지만 실제 국내 메일 생산량과 재배면적 1위는 제주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잔치 등 ‘큰일’이 있을 때마다 메밀을 이용한 ‘빙떡’을 만들어 먹었고, 꿩메밀칼국수나 몸국, 고사리 육개장 등에도 메밀가루를 넣는 등 제주사람들에게는 메밀은 친숙한 작물이었다.
메밀 최대 주산지답게 메밀꽃밭은 도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일대에 있는 3만3,000㎡ 규모의 메밀밭이 조성되어 있고, 제주시 애월읍 항몽유적지 항파두리 토성 주변도 1만2,000㎡의 메밀밭도 관광객과 도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는 영농조합법인 보롬왓이 이달 5일까지 ‘보롬왓 메밀 축제’를 진행 중이다.
제주의 가을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억새다. 제주 억새는 10월부터 11월 사이 도 전역을 황금빛으로 뒤덮으며 장관을 이룬다. 제주시 구좌읍부터 성산읍 수산리까지 약 10㎞에 이르는 금백조로는 억새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또 1100도로에서 동쪽으로 펼쳐진 산록남로(1115)를 달리면 바다를 품은 억새 풍경을 볼 수 있다. 제주시 납읍관광목장에서 어승생수원지까지, 천왕사와 관음사까지의 산록북로(1117)나 새별오름부근의 평화로도 자동차로 드라이브하면서 억새를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다.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는 지상 최대의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새별오름은 입구부터 정상까지, 그리고 주변의 구릉들까지 전부 가을 억새로 뒤덮여있다. 새별오름의 등산로는 짧은 편이지만 무척 가파르다. 새별오름의 둘레로 난 평탄한 억새길도 있으니 여유있게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의 전령인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도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을꽃 중 하나다. 가을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코스모스길을 걷다보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정석항공관 앞 도로변에는 코스모스를 파종해 가을이면 코스모스 물결이 넘실거린다. 인근 성읍리에 위치한 성읍민속마을도 코스모스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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