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이 551억3,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1956년 수출 통계 작성 이래 월간 기준 사상 최대다. 수입도 413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지만 무역수지는 68개월 연속 흑자다. 미국 중국 EU의 경기 회복세와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경기 호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비롯, 철강과 석유 제품이 핵심이다. 반도체 9월 수출액은 96억9,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7.6%를 차지했고, 철강도 46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고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각각 40% 이상 증가했다. 조업일수가 2.5일 늘어난 데다, 기업들이 긴 추석 연휴에 대비해 통관을 서두른 탓도 있다.
사드 보복 우려에도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화장품 자동차 등 완제품은 타격을 입었으나, 중간재 수출은 사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대미 무역흑자는 줄었다. 9월까지 누적기준 올해 무역흑자는 총 136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9%나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소폭 감소한 반면, 아세안 인도 독립국가연합의 비중이 커져 시장 다변화의 성과가 있었다.
수출 통계가 이렇듯 화려한 것은 반갑지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데다 다른 산업지표들은 죽을 쑤고 있어 당혹스럽다. 수출 통계와 체감 경기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비판매와 설비투자 건설수주에서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뺀 산업생산 증가율과 제조업 가동률 역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취업자 증가폭도 4년6개월 만에 최저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임금노동자 등이 활동하는 윗목은 냉기로 싸늘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연이은 노동친화 정책으로 기업들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이 법인세율을 낮추려 하고, 프랑스는 노동개혁에 사활을 걸은 것과 대비가 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ㆍ에너지 정책은 오히려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나섰으나, 일부 신산업 분야에만 적용될 뿐 기존 산업의 규제혁파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월별 수출 추이나 산업지표에 일희일비할 것은 없다. 하지만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한미FTA 폐기논란 사드보복 등 우리 경제가 처한 외부 환경은 녹록치 않다. 성장과 분배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노동ㆍ규제 개혁 등을 통해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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