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ㆍ유권자 대치 상황 SNS 통해 전파
“고무탄 발사해 진압” 보도도
자치 수반 “정부 무책임한 폭력”
스페인 부총리 “경찰 적절한 대응”
“조국이 나를 필요로 하니 일찍 일어나는 것쯤은 어렵지 않죠.”
1일 오전 5시(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에우랄리아 에스피날(65)씨가 이웃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서며 투지를 불태웠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조국’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ㆍ독립 주민투표를 위해 동트기 전부터 투표소로 향한 것. 이미 학교에는 아이들과 함께 전날 또는 지난달 29일 수업이 끝난 직후부터 교실 복도에 텐트나 침낭을 펴고 밤을 샌 학부모와 청년들이 가득했다. 중앙정부가 주민투표 저지를 위해 투표소 봉쇄에 나선 가운데, 이들은 “우리가 투표소를 지켜야 한다”며 카탈루냐 전역에서 점거 행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카탈루냐 주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날 곳곳에서 독립 지지자들과 경찰 간 충돌이 이어지며 투표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스페인 내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일부 투표소에서 압수한 투표함 및 투표용지 사진을 공개하며 “경찰은 오전 9시부터 (투표 저지) 행동을 개시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당초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투표할 예정이었던 지로나주(스페인명 히로나)의 한 초등학교에도 진압 경찰이 들이닥쳐 문을 부순 후 투표함을 회수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이후 인근 코르네야 델 테리의 다른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를 마쳤다.
바르셀로나 도심 투표소에 운집한 수백명의 유권자들이 진압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시민들이 혼비백산한 채 대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함께 경찰 측이 진압을 위해 군중에게 고무탄을 발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에 파견된 정부 측 대표 엔릭 미요는 전날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공언한, 법적 효력과 구속력이 있는 독립투표는 물 건너갔다”며 “경찰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전체 2,315개의 투표소 중 1,300곳을 봉쇄했으며, 법원 명령에 따라 투표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학교를 비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경비대가 카탈루냐 통신기술 담당 센터를 수색해 개표 결과 집계에 쓰이는 프로그램 또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한 상태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측은 계획대로 투표를 마치기 위해 지속적으로 참여를 독려했다. 자치정부 대변인은 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체 투표소 중 73%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침착하게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투표 진압 과정에서 460명 이상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등 카탈루냐 주민들과 중앙정부의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은 하루 종일 계속 이어졌다. 푸지데몬 수반은 “정당하지 않고 부적절하며 무책임한 폭력”이라고 중앙정부를 비난했고, 소라야 사엔스 데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는 “경찰은 적절한 대응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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