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보기관 전직 수장, 언론 인터뷰서 전망
“외화 탈취 목적… 해외 범죄조직과도 협력”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자금줄이 상당 부분 끊긴 북한이 외화 탈취를 위해 글로벌 금융허브인 영국 런던 등을 겨냥한 해킹에 나설 것이라고 영국 도ㆍ감청 전문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인사가 내다 봤다.
1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3월까지 3년 동안 영 정부통신본부(GCHQ)를 이끌었던 로버트 해니건 전 국장이 자사 인터뷰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해니건은 북한이 해킹 수준에 있어 “프리미어 리그(영국 프로축구) 플레이어가 되기 직전”이라면서 “현재 런던의 돈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미사일이 영국까지 도달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해킹은 이미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일부 유럽 국가들한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 NHS 등 전 세계 150여개국을 강타했던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을 북한의 외화 탈취 해킹 사례로 언급한 것이다. 당시 워너크라이는 암호화된 파일을 푸는 대가로 300달러(약 34만원)의 비트코인을 요구하면서 사흘 내 지불하지 않을 땐 요구액을 2배 올린다는 메시지를 띄웠는데, 이 사건을 조사한 GCHQ는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었다.
해니건은 특히 북한이 이란과 동남아시아, 중국 등에서 활동 중인 범죄조직들과 협력, 해킹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범죄 조직을 아웃소싱하는 수법을 활용, 북한의 해킹은 외부(제3국)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해킹 시도 때 아주 커다란 위험도 감수하며, 부수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했다. 해니건은 또, 북한의 해킹에 대한 서방의 대처 능력을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뒤, 북한 또한 서방의 해킹에 그리 취약하진 않다고 말했다. 북한과 국제사회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탓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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