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0일 “북한과 2, 3개 정도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우리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 발언 후 미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 외교관들은 북한 정권 내 관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몇 개의 공개된 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 주요 당국자가 잇따라 막후 채널로 북한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대화 채널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졌는지, 또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미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에서 “미국이 북한 정권 붕괴나 체제 변화, 한반도 통일 가속화와 비무장지대 이북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도 북한 관리들이 비핵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것에 비춰 당면한 북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막후 채널을 통한 미국의 대화 타진을 평가절하하거나 무용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도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유엔 등을 통한 제재ㆍ압박 강화와 함께 대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몇 달 동안은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강력 제재 목소리만 높았다. 그러나 압박과 제재 역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임을 상기한다면 엄중한 제재 국면이라 하더라도 대화 채널을 열어 놓고, 그것을 확대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순간의 오판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이런 채널을 통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거듭 지적하지만 북핵 위기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국면에 따라 제재를 강조할 수도, 대화가 중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더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한ㆍ중ㆍ일 순방과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등은 북한과 대화의 접점을 찾고 넓혀가기 좋은 기회들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의 경우 북한에서도 정치 문제와 분리해 대응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평화 올림픽”을 표방한 우리 역시 “북한의 참여를 계속 논의하고 필요한 대화를 하겠다”(천해성 통일부 차관)는 방침이어서 대화의 물꼬를 틀 좋은 기회다. 시기가 엄중한 만큼 이런 불씨들을 잘 살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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