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인 올해 초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 전방위적 압박 전략을 담은 대통령령에 비공개 서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고위 관료들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행정부 각 기관에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을 짤 것을 지시하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 지시의 일환으로 미 사이버사령부는 북한 정찰총국 컴퓨터 서버를 집중 공격, 북한 해커들의 인터넷 접근을 일시적으로 막았다. 한 관료는 “엄청나게 파괴적인 효과를 본 건 아니지만, 이 작전으로 북한 해커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북한을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각종 외교적 조치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외교관과 관료들에게 북한이 외국인 상대와 나누는 대화 모두를 보고하고, 외국인 상대에게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 번은 순방 중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나라에 ‘200만달러 규모의 교역을 북한과 하고 있지 않느냐’며 따져 물었는데, 이런 분위기 탓에 몇몇 국가는 북한과 관계 맺고 있는 게 없는지 내부적으로 급히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에 북한과 북한 개인,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인에 대한 단계별 제재 방안 마련도 지시했다. 이 같은 선제 작업은 최근 수개월 동안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반영됐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초기 명령은 북한이 미국 측의 대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핵ㆍ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등 태도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한 관계자는 “서명 전 대화의 문이 열려있음을 명확히 해왔지만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쏘고 미국인을 납치해왔다”고 말했다. 서명이 비밀리에 이뤄진 것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행정부로서 다른 접근법을 취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에 앉아서 대화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제공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령 가운데 사이버 공격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사이버 부서 고위 관료를 지낸 아론 휴즈는 “사이버 공격을 포함 북한의 행위를 중단하게 하는 국가적 힘의 모든 요소를 사용해야 한다”며 지지했고, 에릭 로젠바흐 전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사이버 역습 등 위험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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