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빌딩 쏟아지면서 8,9월 공실률 치솟아
건물주들 수익률 하락 우려, 임대료 안 내려
저층부 상업시설로 리모델링 등 변신 추진
최근 잇단 신축 빌딩 완공으로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서울 주요 지역 내 오피스빌딩 10개 중 1개는 텅텅 빈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모가 큰 ‘프라임급’ 빌딩의 공실 상태가 더 심각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사무용 건물 로비 등을 상업시설로 리모델링해 임대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30일 종합 부동산 서비스회사 젠스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도심ㆍ여의도ㆍ강남 일대에 위치한 오피스빌딩들의 평균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은 9.9%로 조사됐다. 한화63시티 조사에서도 8월 서울 지역 평균 공실률은 7월보다 0.5%포인트 뛴 9.4%로 집계됐다. 서울의 평균 공실률은 그간 7∼8%대에 머물렀지만 최근 신축 오피스빌딩 증가와 기업들의 임차 면적 축소 등이 겹치면서 어느새 1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공실률 상승은 연면적이 큰 프라임급 빌딩이 이끄는 모습이다. 한화63시티가 평균 연면적이 8만㎡ 이상인 서울 내 프라임급 빌딩 12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월 평균 공실률은 10.3%로 지난달 대비 0.7%포인트나 올라 올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처럼 공실률은 오르고 있지만 수익률 하락을 걱정한 건물주들은 좀처럼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이달 서울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의 평균 보증금은 3.3㎡당 82만2,000원이며, 평균 임대료는 3.3㎡당 7만8,400원이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 3월 대비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지난 3월 평균 보증금은 3.3㎡당 78만6,000원이며, 평균 임대료는 3.3㎡당 7만8,200원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실률 상승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공사를 마치고 임차인을 구하려는 신규 오피스빌딩이 줄을 잇고 있어, 서울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한동안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비어 있는 오피스빌딩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다동의 대우조선해양 사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을 최신 트렌드에 맞춘 상업시설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캡스톤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1,700억원에 사들였다. 지하 5층, 지상 17층으로 연면적은 2만4,854㎡다.
도심 내 청계천변이라는 핵심 입지에 속하지만 건물 전체가 오피스로 활용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캡스톤자산운용은 지하 1층부터 3층을 개조해 청계천의 주ㆍ야간 전망과 잘 어울리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켜 인근 오피스 상주인구와 외국인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업시설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서울 역삼동의 캐피탈타워도 식음료 브랜드 중심의 상업시설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 콘셉트는 미국 뉴욕 소호 하우스다.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해 오피스 로비와 저층부에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느낌의 식음료 브랜드를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 청담동 디자이너클럽은 3040세대를 타깃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중심의 상업시설로 교체하는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다른 부동산 자산과의 차별화를 시도해 수익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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