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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박완서가 마음 두고 왔던 '지상낙원'

입력
2017.09.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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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문동 집에서 한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박완서 작가. 보문동 집은 작가의 창작 산실이었다.
서울 보문동 집에서 한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박완서 작가. 보문동 집은 작가의 창작 산실이었다.

작가 박완서(1931~2011)는 널리 알려진 대로 나이 마흔에 데뷔한 늦깎이 작가다. 어릴 적부터 영민한 머리와 글재주를 보이면서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집안이 무너지면서 공부를 그만 두고 시집 갔다. 사업하던 남편과 1남 4녀를 낳으며 그 시대 보통의 주부들처럼 살았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우연히 알게 된, 한 때는 깔보았으나 나중에 진짜 예술가임을 알아보게 된 박수근을, 언젠가 한번은 글로 기록해 보리라던 꿈을 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성지 공모전에 장편소설 ‘나목’이 뽑히면서 1970년 등단했다.

박완서는 이후 발표하는 일련의 작품에서 한국전쟁과 분단 문제라는 심각한 사안을 중산층 여성이 지닌 일상적 시선과 문체로 잘 풀어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성작가들이 거의 없던 시절에 대중적이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놨다. 애써 꾸미고 치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써내려 가는데, 그 문장이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작가다. 1988년 남편이 폐암으로,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런 그를 작가로 낳은 곳이 보문동 집이었다.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대를 보내면서 가정이 다 깨지는 경험을 한 작가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정성껏 꾸민 내 집이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었을 것이다. 박완서는 보문동 집을 떠난 뒤에도 “몸만 나오고 마음은 두고 왔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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