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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엔 한국이 학살 가해국… 잘못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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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엔 한국이 학살 가해국… 잘못 인정해야”

입력
2017.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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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평화재단 설립 1주년 맞아

1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 카페에 전시된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희생자를 촬영한 사진 앞에 한베평화재단 이사진(왼쪽부터 정지영, 구수정, 장혜옥, 정상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1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 카페에 전시된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희생자를 촬영한 사진 앞에 한베평화재단 이사진(왼쪽부터 정지영, 구수정, 장혜옥, 정상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내년이면 꽝남성(베트남 중부) 학살 50주기에요. 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 상처는 여전한데 가해국인 우리 국민 인식은 너무 부족합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지난 19일 한베평화재단 설립 1주년을 맞아 재단 이사진(구수정 상임이사, 장혜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도자문위원, 정지영 영화감독, 정상호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이사)을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단은 베트남전 파병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를 해결코자 세워졌다.

재단에 따르면 1964년 첫 파병 이후 8년6개월간 32만명에 달하는 한국군이 파병됐는데, 이들에게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 수는 자그마치 9,000여명이다. “마을마다 학살 50주기 합동제사가 치러지고 있다”는 게 이들 말. 제사 이름도 ‘대한’을 뜻하는 ‘따이한 제사’. “이름이 참 부끄럽고 슬프죠?”(구 상임이사)

이들은 “우린 그동안 진실을 바로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하얀전쟁’(1992)을 감독한 정지영 이사는 “촬영 당시 느꼈던 감정 때문에 재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에 우리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장면이 담겼는데 참전군인들이 ‘우리를 모욕했다’고 항의를 하더라”며 “파병을 ‘애국’이라 하고 참전군인을 영웅화하는 데 바빴던 정부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장혜옥 이사 역시 “정부는 ‘입장 없음‘이 유일한 입장이었다”며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야 피해국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참전군인 명예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진상규명에 나서도록 하려면 시민사회 요구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단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베트남평화의료연대와 함께 내년 ‘시민평화법정’을 개최한다. 베트남서 건너온 학살 피해자들을 원고로 대한민국 정부(피고)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 모의변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서 나온 피해자들 증언은 추후 한국 법원에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데 사용된다.

“2000년 일본 동경에서 일본군 위안부 책임을 묻는 시민법정(여성국제전범법정)이 열린 후 한국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어요. 이번 법정 역시 피해자 배상뿐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국민이 실체적 역사를 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크죠.”(정상호 이사)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언급했다. 구 상임이사는 “베트남전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건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 역시 아직 위안부 문제를 해결치 못한 피해국 국민”이라고 했다. 피해국의 마음으로 베트남을 바라보고, 가해국 일본을 보듯 우리를 돌아보자는 얘기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한베평화재단이 학살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사과의 마음을 담아 베트남 현지에 세울 예정인 '베트남피에타' 동상. 한베평화재단 제공
한베평화재단이 학살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사과의 마음을 담아 베트남 현지에 세울 예정인 '베트남피에타' 동상. 한베평화재단 제공
베트남 곳곳에는 한국군 학살 피해자를 추모하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은 '1968년 8월 14일과 15일 꽝남성 주이쑤옌현 주이찐사에서 일어난 한국군 민간인 학살로 32명이 희생됐다'고 적힌 위령비. 한베평화재단 제공
베트남 곳곳에는 한국군 학살 피해자를 추모하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은 '1968년 8월 14일과 15일 꽝남성 주이쑤옌현 주이찐사에서 일어난 한국군 민간인 학살로 32명이 희생됐다'고 적힌 위령비. 한베평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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