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과거 정권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가위를 앞두고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대국민 인사말 형식을 통해서다. 이 전 대통령은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재임 당시 자신과 권력 주변에서 벌어진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의 반발은 자유한국당 등 구 여권이 이 정부의 대대적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여권에서 검찰을 앞세워 벌이는 MB정부에 대한 수사는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5년도 남지 않은 좌파정권이 앞서간 대한민국 70년을 모두 부정하고 나선 것”이라고도 했다. 보수 궤멸에 적폐청산 목표가 있다(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수사와 더불어민주당의 폭로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거 정권 적폐 들추기에 정치보복 성격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권이 바뀌어 이런 식으로 뒤진다면 어떤 과거 정권도 성할 리 없고, 안보와 민생 위기가 심각한데 과거사에 국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명백히 드러난 위법과 비위 의혹을 덮어버리고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 기관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진실을 밝혀 위법에 대해서는 응분의 벌을 받게 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불법 정황이 농후한 재임시절 여러 의혹 규명 작업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클 수는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노골적 선거 개입, 야권 지방자치단체장 사찰과 탄압, 방송 장악 시도 등 제기된 불법행위 의혹들은 매우 엄중하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진실규명에 협조하고 책임질 것은 지겠다는 자세가 국민에 대한 예의다. 청와대와 여권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과거적폐 청산에만 매달릴 때도 아니고, 그것이 진보ㆍ 보수 편 가르기나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여론몰이가 아니라 엄정한 법 절차에 따라 진실 규명과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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