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관계자 14명 체포
투표소 85곳 폐쇄… 긴장 고조
스페인 카탈루냐주 자치정부가 10월 1일로 예고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마드리드 중앙정부는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철저 봉쇄한다는 방침이지만 카탈루냐 측은 투표를 강행할 태세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경찰이 카탈루냐주 핵심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멀지 않은 이괄라다에서 600만장이 넘는 투표용지 및 봉투, 투표함 100개를 압수했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이미 투표를 ‘위헌’이라 판결했고 이에 따라 카탈루냐 고등법원은 중앙과 지방 공권력에 투표소로 예상되는 장소를 봉쇄하고 투표용지 등을 압수하라고 명령했다. 지금까지 카탈루냐주정부 관계자 14명이 체포됐고 투표용지 1,000만장이 압수됐으며 투표소 85개소가 폐쇄됐다. 투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까지 차단하자 주정부는 중앙정부를 향해 “북한ㆍ중국ㆍ터키나 할 법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규탄했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카탈루냐 독립 찬성파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바르셀로나에는 독립 지지 학생 1만6,000여명(경찰 추산)이 거리로 나와 “우리는 투표할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중심가 중 하나인 그란비아를 가득 메웠다. 학생들 가운데서는 투표소 확보를 위해 학교를 점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주지사는 찬성표가 절반을 넘으면 48시간 이내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앙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오히려 독립 찬성 세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유럽은 “(독립투표를 철저히 부정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찬성 진영의 일등공신”이라고 평했다.
유엔인권위원회 소속 전문가들도 카탈루냐 독립투표를 억압하려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조치가 지나치게 억압적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데이비드 케이 특별보고관과 독립 전문가 앨프리드 디제이어스는 공동 성명에서 “주민투표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스페인 당국은 민주사회의 본질적 권리들을 존중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우리가 목격하는 (스페인 정부의) 조치는 근본적인 개개인 인권을 침해하고 공공 정보와 토론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위원회와 달리 유럽연합(EU)은 카탈루냐주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카탈루냐주 내 대표적 반(反)독립 인사인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시장조차 독립 찬성 진영과 중앙정부 사이의 무력 충돌로 비화할 것을 우려하며 EU가 개입해 중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각국의 헌법과 법률 제도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며 개입 의사가 없을 시사했다. EU는 카탈루냐 분쟁에 섣불리 개입했다가 EU 회원국 내 다른 독립을 추구하는 지방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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