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위, 법무부ㆍ검찰에 권고
무죄구형 적극적 청구하도록
앞으로 국가 잘못이 명백한 재심사건에서 검찰은 ‘백지구형’ 대신 ‘무죄구형’을 적극적으로 청구할 전망이다. 검찰이 과오를 알면서도 법원 판단에 맡기는 관행을 고쳐 잘못된 검찰권 행사를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법무부와 검찰이 과거사 사건 재심절차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문제 해결자' 자세로 임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은 그 동안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던 일부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하는 대신 관행적으로 ‘백지구형’을 했다. 백지구형은 피고인의 무죄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해주기 바란다’며 법원 판단에 맡기는 소극적 구형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공소권 행사 주체이고, 공소와 관련해 피고인과 재판 관련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객관의무를 부담한다”며 “이는 재심사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백지구형을 하라’는 상급자 지시를 거부하고 재판에 들어가 법정 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가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은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상고를 취하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임 검사는 2012년 9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검사로 재직하며 박형규 목사 등 긴급조치 위반사건에 대해 백지구형 관행을 깨고 ‘무죄구형’을 했다가 이듬해 중징계를 받았다.
위원회는 또 “검사의 이의제기권은 단독관청인 검사가 상급자의 위법ㆍ부당한 지휘ㆍ감독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게 해 검찰 사무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이뤄지도록 법률에 명문화한 것”이라며 “이의제기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의제기 처리절차를 문서화하고 공정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검사의 진술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ㆍ검찰개혁위는 이날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 설치’ 권고안도 함께 내놨다. 과거 검찰권이 잘못 행사된 사건에 대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런 불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은 이르면 연말까지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위원 9명을 위촉할 계획이다. 과거사 조사위원회는 ▦검찰권 행사가 잘못됐음이 무죄 판결을 통해 확인된 사건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ㆍ공소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는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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