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원칙 발표
자율협약 통해 기업 정상화 후
내년 이후 재매각 나서기로
박삼구 회장 재인수는 “불가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은 정부의 국정 방향에 발맞춰 기업은 살리고 일자리 감소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그룹 회장의 재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근로자 해고는 가급적 피하고 부실 경영 책임은 강하게 묻는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호타이어 채권단 9곳이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채권은행 주도의 자율협약을 추진하자는 데에 동의한 직후 마련됐다. 자율협약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을 살리기 위해 시행하는 지원방안이다. 경영 정상화를 염두에 둔 구조조정 방식으로, 금호타이어 입장에선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보다 훨씬 부담이 덜하다.
금호타이어는 자율협약 개시로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금호타이어가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채무는 총 2조7,000억으로 이 중 올해 만기인 채권은 1조4,000억원이다. 채권단은 우선 이달 말까지 갚아야 할 1조3,000억원의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나머지 1,000억원은 중국금융기관 채권인데, 산은은 중국금융기관도 만기 연장에 동의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회사채 만기는 내년부터 차례로 돌아오는 만큼 올 연말까지 금호타이어가 유동성 위기에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앞으로 한달간 정밀 실사를 거쳐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신규 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신규자금이 필요하다면 채권단과 협의해서 공평한 분담 원칙에 따라 자금이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하는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새 정부에선 지킬 수 있는 일자리는 다 지키겠다는 게 방침”이라며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목표고 이를 위해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부터 충분히 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허리띠 졸라매기 등 비용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해 재무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인원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산은은 자율협약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정상화시킨 뒤 내년 이후 재매각에 나선다는 일정이다. 이 회장은 재매각 과정에서 박 회장이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박 회장이 경영권, 우선매수권, 상표권 등 기득권을 내려놓는 통 큰 결단을 했다”며 “박 회장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자전환 매각 준칙에 ‘재인수’를 막는 처분 규정이 있다”며 “지금 금호산업 형편으로 재인수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실기업에 대한 혈세 투입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 산은이 출자전환, 신규대출 등으로 금호타이어에 투입한 돈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채권단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다시 실패하지 않도록 과거의 잘못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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