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화장품산업사를 말할 때 “한국이 일본에 진 빚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장품산업의 초창기인 1960년대에 일본 기업들의 기술지도가 화장품산업의 현대화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시세이도(Shiseido).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던 태평양화학(아모레퍼시픽)과 1964년에 기술제휴를 맺고 일본의 화장품제조 선진기술을 전했다.
그래서 형제애가 작용했을까?
아모레퍼시픽이 2007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가장 반긴 기업이 바로 시세이도였다.
그 시세이도가 2015년 들어 한국법인의 CEO로 황학상 대표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한국화 시장전략에 나섰다. 황 대표는 프랑스 로레알 한국법인에서 국내마케팅을 총괄했던 인물.
한국소비자를 위한 시세이도의 고객만족 프로젝트의 첫 삽 뜨기는 2015년에 출시된 선케어 ‘파란자차’가 맡았다. 영상 디지털콘텐츠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캠페인이 전개됐다.
제품 특징을 남자 고객편과 여자 고객편으로 나누어 제작, 소비자 욕구에 맞추어 위트 있게 풀어냄으로써 바이럴 영상으로는 드물게 2015년과 2016년 연속 100만 뷰 돌파라는 화제를 낳았다.
그때부터 ‘파란자차’는 한국시장에서 ‘넘버원 선크림’의 아성을 굳건히 지키게 됐다는 것.
그에 힘입어 목표고객에 대한 2차 마케팅전략이 추진됐다. 전체 상품 중 VIP구성이 높은 브랜드 ‘끌레드뽀 보떼’와 ‘프레스티지’의 마켓셰어를 높이려는 작전이다.
결과는 성공적. 뷰티 컨설턴트와 고객 간의 신뢰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어 벌써 높은 재방문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에는 매장의 서비스디자인에도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한국고객의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판매하는 기능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소셜 테이블’이라는 오픈형 매장을 마련했다.
이는 글로벌 콘셉트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고객들이 자유롭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리뉴얼을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란자차’ 등 일련의 히트와 관련, 마케팅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명품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스토리와 관심사를 모든 제품에 투영시킴으로써 한국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더 크게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객관계관리 프로그램(CRM)도 한층 강화해나가겠다는 방침. 1대1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뷰티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고객을 케어하고, VIP고객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로열티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고객용 선물도 고루고루 갖췄다. 웰컴 기프트, 시즈널 기프트, 생일 기프트, 프리미엄라인 체험을 위한 샘플 바우처(voucher) 증정 등은 기본. 여기에 고객의 구매이력 및 데이터를 통한 전문적인 뷰티 카운슬링까지 제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시세이도가 한국기업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세계 화장품기업 빅5에 랭크될 만큼 일본은 물론 동양미학의 대표기업으로 손꼽히는 시세이도가 명품의 자존심을 걸고 한국 소비자들과 눈높이 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소녀시대 출신 가수 제시카를 시세이도의 앰버서더(홍보대사)로 발탁하기도 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는 만큼 한국의 신세대 젊은 층과 감성미학을 주제로 적극 대화하겠다는 제스처다.
유승철 객원기자 cow242@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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