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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저작권 분쟁 판결문 보니… 법원은 부인ㆍ딸 편이었다

입력
2017.09.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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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딸 죽음 숨겼다고 소송에 큰 영향 없어” 중론

고(故) 김광석.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김광석.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수 고(故) 김광석 부인 서해순씨가 지금까지 딸 서연양 죽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김씨 친가 쪽과 다수 네티즌은 “저작권 소송에서 이기려고 고의로 숨긴” 소송 사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소송 과정을 보면 딸 죽음이 실제 소송에 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죽음을 숨김으로써 서씨가 실제 얻게 될 이익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에서 소송 사기로 볼 개연성은 매우 낮다는 풀이다.

28일 본보가 입수한 김광석 음원(음반에 실린 노래나 연주) 관련 김씨 친가 쪽과 서씨 간 저작권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분쟁은 1996년 1월 4일 김씨가 숨지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사망 전 제작된 4개 음반(3ㆍ4집, 다시부르기Ⅰ·Ⅱ)에 포함된 음원 저작권을 아버지 김수영씨에게 준 상황이었다. 이에 서씨가 해당 음반 제작사에게 로열티청구권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1심 진행 중 양측 합의로 마무리됐다. 아버지 김씨가 사망하면 서연양에게 해당 음반의 저작권을 넘기고, 라이브 음반 제작권을 서씨에게 주는 대신 새로운 음반을 만들 때는 아버지 김씨와 서씨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04년 10월 아버지 김씨가 사망하면서 두 번째 분쟁이 발생했다. 8년 전 합의를 무시한 채 김씨가 유언으로 4개 음반 저작권을 부인 이모씨와 아들 김광복씨에게 넘긴다고 했기 때문. 이씨 등은 김씨 유언을 근거로 서씨와 서연양을 상대로 ‘김광석 지적재산권 등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ㆍ2ㆍ3심 공히 서씨 쪽 손을 들어줬다. “아버지 김씨 사망을 조건으로 한 합의는 일방적으로 해칠 수 없는 양측 간 계약”이라는 판단이었다. 다만 서씨가 아버지 김씨와 합의하지 않고 일부 곡이 들어간 새로운 음반을 냈다는 사실이 저작권 침해인지 여부를 두고 2심과 대법원 판단이 달라 파기환송심까지 가게 됐는데, ‘기존 합의한 김광석 음원 권리는 딸과 서씨가 갖는다’는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 파기환송심 중 ‘김광석 친가 측이 추모공연, 팬클럽 행사 등에서는 따로 허락을 받지 않고 김광석 노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정만 추가됐다.

법조계에서는 서씨가 서연양 죽음을 숨긴 사실이 해당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법원이 서연양 죽음을 알았으면 조정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김광석 친가 쪽은 주장하지만, “서연양 죽음을 알릴 법적 의무는 없다”(김현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거나 “서씨와 서연양은 공동 피고인이라 사망 사실을 법원이 몰라도 소송과 조정을 진행하는데 절차상 하자는 없다”(강신업 변호사)는 것이다.

“서씨가 서연양 죽음을 숨겨 이득을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조계는 부정적이다. 송강현 변호사는 “서연양이 대법원 판결 전에 숨졌지만 쟁점은 기존 합의에 관한 것이라 죽음을 법원이 알았든 몰랐든 영향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씨 입장에서는 이미 1ㆍ2심 판결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굳이 조정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서씨의 유기치사 혐의가 인정되면 서연양 죽음을 알리지 않은 사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서씨가 상속권이 박탈당할 수 있던 상황에서 저작권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상속권 박탈 여부는 서씨가 서연양을 유기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됐을 것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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