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운’이 KIA를 돕고 있는 것일까. KIA가 정규리그 1위를 위한 매직넘버를 이틀 사이에 ‘5’에서 ‘3’으로 줄였다.
두산에 공동 선두 자리까지 내줬던 KIA는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0-4로 끌려가던 경기를 7-4로 뒤집고 시즌 84승(1무55패)째를 올렸다. 전날 0.5경기 차로 뒤졌던 2위 두산이 최하위 kt에 덜미를 잡혀 승차는 1경기로 벌어졌고, 이날 두산의 경기가 없을 때 1승을 추가하며 1.5경기 차로 달아났다. KIA는 남은 4경기에서 3승을 거두면 2009년 이후 8년 만에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다.
KIA의 이번 승리도 운이 따랐다. 올 시즌 후 현역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상대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한화의 고별전 등판에서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반면 KIA 선발 헥터 노에시는 2회말 집중타를 맞고 유격수 김선빈의 실책까지 겹쳐 4점을 헌납했다.
0-4로 뒤진 KIA는 4회초 김주찬의 1타점 2루타, 7회초 이범호의 2타점 2루타로 야금야금 따라붙었다. 비야누에바는 이범호에게 적시타를 얻어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8회초 공격에서는 전세를 역전시켰다. 선두 타자 김호령 타석에 대타로 들어선 이명기가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고 김선빈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이어 김주찬이 우전 적시타로 2루 주자를 홈에 불러 들여 4-4 균형을 맞췄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는 행운이 따라왔다. 안치홍은 한화 구원 투수 정우람의 초구를 받아 쳤고, 이 타구는 높게 떴다. 한화 1루수와 2루수, 우익수가 뜬 공을 향해 달려갔지만 그 사이로 뚝 떨어졌다. 이 때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고, 안치홍의 빗맞은 안타는 역전 결승타가 됐다.
KIA는 9회초에도 1점을 추가한 뒤 9회말 김세현이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KIA 선발 헥터는 초반 흔들렸지만 8회까지 8피안타 2볼넷 3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이닝을 길게 끌고 가며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19승(5패)째로 팀 동료 양현종(19승)과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자리했다.
수원에서는 LG가 kt를 15-6으로 꺾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낱 같은 희망을 살렸다. 이날 패했더라면 ‘가을 야구’가 물 건너 갈 뻔했지만 경우의 수를 남겨뒀다. LG가 5위로 올라설 수 있는 시나리오는 딱 하나뿐이다. LG가 잔여 4경기를 모두 이기고, 5위 SK가 3경기에서 전부 져야 한다.
수원=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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