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ㆍ야당 브렉시트 협상 공세에
“탈퇴 시점 2년 연장” 연설 놓고
내각 2인자 존슨 장관까지 반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시작된 EU와의 협상이 뚜렷한 진전 없이 공전만 거듭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내각 2인자인 보리스 존슨 영 외무장관이 메이 총리의 협상 전략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영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외무장관은 이날 민간 ‘자유무역연구소’ 설립 행사에서 영국이 다른 나라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자유롭게 체결하려면 브렉시트 이후의 이행기간이 2년보다 더 단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의 훌륭한 기업들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상상할 수 있다”며 “과도기가 너무 길지 않기를,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22일 이탈리아 피렌체 연설을 통해 영국의 EU 완전 탈퇴 시점을 브렉시트 공식 시한(2019년 3월)보다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불과 5일 만에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존슨 장관이 메이 총리에게 ‘공개 도전장’을 내민 것은 처음이 아니다. 16일에도 그는 영 일간 텔레그래프에 장문의 글을 기고, EU에 대한 과도한 합의금 지불과 브렉시트 충격 완화를 위한 장기간의 과도기간 설정을 반대하며 메이 총리의 협상 전략을 비판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 메이 총리로선 결국 ‘집안 단속’에 실패하는 모습을 연이어 노출한 꼴이 됐다. 게다가 브렉시트 협상의 돌파구로 내밀었던 피렌체 연설도 EU 측으로부터 “좀더 건설적이긴 하나, 여전히 충분한 진전은 없다”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는 상태다.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안팎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팀에 대해 “절망적일 만큼 부적절한 이들”이라면서 “국가이익보다 개인적 이득을 우위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당의 자중지란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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