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인사권 견제 최소한의 장치
17개 광역지자체 중 12곳서 시행
대부분 지자체와 협약 맺어 운영
구속력 없어 청문회 대상·검증 한계
지난 1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은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상순 서귀포시장 예정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이날 도의원들은 행정시장이 갖춰야 할 공직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 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해 날 선 질문을 쏟아냈다. 의원들은 이 예정자의 제주농업기술원장 재직 당시 부하직원이 연루된 보조금 횡령사건과 아들 특혜 채용 의혹, 제주 제2공항 갈등 등을 3시간 30여분 간 집중 질의했다. 이날 이 예정자는 인사 청문 절차를 통과해 오후부터 바로 시장 임기를 시작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현정화 제주도의원(바른정당ㆍ서귀포시 대천ㆍ중문ㆍ예래동)은 “고위공직자나 기관장 직위가 선거 공신을 위한 자리로 악용되곤 했던 과거와 달리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이들의 자질 검증과 선정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의원들도 도민이 지켜보게 될 인사청문회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도민을 위해 일할 능력 있는 진정한 일꾼을 가려낼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 출범 기준 한국 지방자치 역사가 26년이 됐지만 의회 활동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강한 단체장-약한 의회’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의 집행기관 견제 기능 강화 차원에서 최근 광역의회들이 잇따라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입법 미비로 실효성이 낮아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법제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 대전, 대구 등 광역지자체 17곳 중 12곳이 인사청문회를 시행 중이다. 가장 최근에 도입한 곳은 대구로, 6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협약을 맺은 후 7월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대부분 지방의회는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인사청문회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방의회가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상위법인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법 등에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조례 제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 도입 확산과 함께 법적 구속력 없는 인사청문회 운영 한계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2015년 서울시와 인사청문회 협약을 맺은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방분권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인사청문회 법제화가 포함된 지방자치법 개정에 노력하고 있다. 지방분권TF 소속인 김광수 서울시의원(국민의당ㆍ노원5)은 “일부 시ㆍ도에서 협약 등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실시 중이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대상 선정과 검증 절차의 한계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 받아 지방자치를 선도하는 시범사례로 꼽히곤 하는 제주도는 예외다. 제주도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을 근거로 2006년부터 조례를 통해 정무부지사와 감사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중 감사위원장은 도의회의 임명동의안이 없으면 임명할 수 없다. 2014년부터는 ‘제주도의회 행정시장 인사청문회 실시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행정시장과 출자ㆍ출연기관장 5명이 추가로 인사 대상자가 됐다. 제주도 역시 법적 구속력 없는 행정시장과 산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꾸준히 일고 있어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인사청문회 도입 등으로 지방의회가 지방정부와 단체장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을 때 의회와 정부의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며 “단 인사청문회가 정쟁 도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투명한 검증 기준 등을 갖춘 내실 있는 인사청문회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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