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hand phone <통신> [같은 말] 휴대 전화. ‘휴대 전화’, ‘손전화’로 순화.”(표준국어대사전) 이 설명에서 ‘hand phone’ 앞에 붙은 표시 ‘▼’은 ‘hand phone’이 영어권에서 만들어진 낱말이 아님을 나타낸다. 그럼 왜 ‘cellular phone’이나 ‘mobile phone’과 같은 멀쩡한 말을 두고 굳이 ‘hand phone’이란 국적 불명의 영어를 쓰게 되었을까? 단서는 국어사전에서 순화어로 제시한 ‘손전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어에서는 휴대할 수 있거나 작은 물건을 나타내기 위해 ‘손’을 결합한 합성어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손지갑’, ‘손대야’, ‘손금고’ 등에서 ‘손’은 ‘작은’의 뜻으로 쓰였고, ‘손전화’, ‘손전등’, ‘손거울’, ‘손난로’ 등에서 ‘손’은 ‘휴대할 수 있는’이란 뜻으로 쓰였다. 여기에서 휴대할 수 있는 건 대개 작은 것이니, 두 가지 뜻은 특별히 구분되지 않고 쓰일 때가 많다.
이를 보면 한국어에서 ‘hand phone’이란 영어 아닌 영어가 널리 쓰이게 된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핸드폰’을 ‘손전화’로 순화하라 했지만, ‘핸드폰’이란 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역추적하면 ‘손전화’를 먼저 떠올린 사람들이 이를 ‘hand phone’로 전환해 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hand phone’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어인가? 그럴 가능성은 높지만 이런 단어 만들기 방식이 한국어에만 있는 건 아니니 단정할 순 없다. 중요한 건 ‘손’에서 ‘작은’이나 ‘휴대할 수 있는’이란 뜻을 연상해 단어 만들기에 적용하는 언어권에서라면 ‘hand phone’이라는 낱말을 언제든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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