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싱글차트’에 진입하며, 팝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선명하게 새겨 넣었다. 방탄소년단은 26일 ‘LOVE YOURSELF 承 Her’의 타이틀곡 ‘DNA’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 85위로 랭크됐다. K-팝 가수들의 빌보드 입성 자체는 이제 낯선 뉴스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에 앞서 싸이가 있었고, 원더걸스도 자신들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싱글차트 진입은 이들과 확연히 다른 결과와 의미를 가진다.
▲팝 음악의 정의 ‘빌보드 차트’
비틀즈의 미국 진출을 팝 역사는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으로 기록한다. 영국 리버플 노동자 계급 출신의 비틀즈가 만든 영국식 록앤롤 사운드는 미국을 거쳐 비로소 전세계 음악의 트렌드와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자메이카 등에서 탄생한 레게 음악도 마찬가지다. 레게는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연주하던 독특한 리듬의 로컬 음악이었다. 이 음악은 7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레게 뮤지션 밥 말리의 곡 'I shot the sheriff'가 에릭클랩튼에 의해 리메이크돼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하면서 팝 역사에 등장했다. 이후 레게는<em> </em>전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해 현재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적인 장르가 됐다. 80년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미국진출은 라틴팝 장르를 주류 팝 음악 시장에 진입시켰으며, 유럽에서 시작된 EDM 장르는 2000년대 후반 프랑스 출신 DJ 데이비드 게타가 미국에 진출하며 비로소 세계적인 장르가 됐다.
전세계 곳곳에서 다른 역사와 전통, 문화적 토양으로부터 시작된 음악은 빌보드로 준거되는 미국을 거쳐 ‘팝’ 음악의 지위를 얻고 하나의 장르로 정의되고 전세계로 파급되기 시작한다. 미국을 거쳐, 미국 대중문화를 통과하며 비로소 전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적 보편성을 얻게 되는 셈이다. 빌보드와 미국 음악 시장은 팝 음악의 종착점이자 시발점이라는 지위 덕에 그 중요성을 가진다.
▲K-팝의 정의 ‘방탄소년단’
K-팝은 레게나 라틴팝처럼 한국이라는 특정 지역이 문화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K-팝은 음악 자체에 로컬 문화적 특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K-팝은 힙합, EDM 등 가장 트렌디 한 장르 음악을 베이스로 다른 여러 장르들이 뒤섞인 사운드 경향을 가진다. 방탄소년단 역시 힙합 또는 EDM, 혹은 팝으로 단순하게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K-팝은 단순히 팝으로 분류할 수 없는 고유의 스타일을 따른다.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무기인 강렬한 퍼포먼스와 군무, 세련되고 독특한 비주얼,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가 K-팝이라는 장르를 설명할 때 기본으로 포함된다. 비트, 멜로디의 사용 등 사운드로만 구분되는 장르의 정의에 뮤직비디오, 패션, 스타일 등을 포함하는 건 K-팝이라는 장르가 가진 독특한 위상이며 동시에 방탄소년단에게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기도 하다.
패션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에서 K-팝은 무국적성을 띈다. 그렇다고 현재 유행하는 패션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적용되지도 않는다. 방탄소년단을 위시해 거의 모든 K-팝 가수들은 매번 파격적인 디자인의 의상을 새롭게 만들어 무대에 오르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 방탄소년단의 ‘콘셉트 의상’은 우리에게 익숙한 패턴이지만 전 세계인들 특히 미국 대중들에게는 너무도 낯설고 신선하게 전해진다. K-팝을 처음 접한 해외 팬들의 첫 반응이 ‘신기하다’, ‘특별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빌보드와 방탄소년단, 글로벌 장르 ‘K-팝’의 탄생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프로듀서는 올해 4월 방탄소년단의 미국진출에 대해 “K-팝의 근본 원칙을 지키고 싶다”며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 프로듀서나 현지 레이블과 협업, 영어 노래 발표 등 기존의 해외진출과 차별화 된 방식이다. 방시혁 프로듀서의 비전은 ‘방탄소년단의 현지화’가 아니라 ‘K-팝이란 장르의 보편화’를 목표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프로듀서의 비전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가장 온전한 ‘K-팝’의 DNA를 가진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100 입성은 비틀즈와 밥 말리,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데이비드 게타의 경우와 동일하게 장르적 인식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방탄소년단이 이들과 동일한 파급력을 가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방탄소년단이 향후 전통적 문법을 깬 K-팝이라는 획기적인 장르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박건욱 기자 kun11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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