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진ㆍ전문의
“비인기 진료과는 전공의 부족
비용도 덜 드니 대신 쓸 수밖에”
불법 위험 감수하는 PA
“간호사보다 근무환경 나아”
“병원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어”
병원에서 PA(의사보조인력ㆍPhysician Assistant)가 전공의(레지던트)를 대신해 하는 대부분 업무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 든다. 간호사로 대학병원에 입사했다가 PA로 뽑혀 수년 째 외과 병동에서 일하는 A씨는 “병원마다 PA 업무 범위에 차이가 있는데 내가 있는 병원은 PA가 간호사들에게 간단한 오더(업무 지시)까지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의 PA B씨는 “매일 비슷하게 나가는 항암제 처방 같은 경우, 컴퓨터로 클릭을 반복해야 하는 단순 업무가 많아서 전공의들이 대부분 PA에게 떠넘긴다”고 전했다. 간호사에 대한 진료 관련 업무 지시나 약 처방 등은 현행 의료법상 의사만 할 수 있다.
또 다른 종합병원은 응급구조사를 수술실 PA로 채용해 전공의처럼 쓴다. 응급구조사는 간호사와 달리 ‘의사의 지도를 받아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이들이 PA로서 진료 또는 진료의 보조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이론의 여지 없는 의료법 위반이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응급구조사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새 PA는 간호사로 뽑을 예정”이라고 했다.
PA들은 간호사와 다른 유니폼을 입거나 의사처럼 흰 가운을 입는 것이 보통이어서 환자들로선 의사로 착각하기 쉽다. 법 개정으로 올해 5월부터 의료인 등은 병원 내에서 ‘의사’ ‘간호사’와 같은 자신의 면허 종류를 명찰에 적시해야 하는데 법에 없는 PA는 명찰 표기법도 마땅치 않다. ‘외과 전임 홍길동’ ‘외과 홍길동’ 같이 편법 표기를 하는 이유다.
갖은 법 위반 위험에 노출된 PA로 일하는 이유가 뭘까. PA들은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보다 그나마 나아서, 또는 병원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한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3교대로 야근이 잦고 근무 시간도 불확실한 일반 간호사에 비해 PA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B씨는 “육아 때문에 잠시 일을 그만 뒀다가, 비슷한 급의 병원에 복직하려 하자 갈 수 있는 자리가 계약직 PA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정규직 간호사로 채용돼 근무하는 간호사도 병원이 PA로 인사 발령을 내면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PA는 간호사보다는 병원 경영진과 전문의 교수들이 필요해서 쓰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유명 병원이라고 해도 비인기 학과의 전공의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PA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규모가 작은 병원은 전공의가 더 부족해 PA 없이는 경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PA에게 설 자리를 빼앗긴다고 느끼는 전공의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병원이 현행법상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싼 값에 시키기 위해 도입한 것이 불법 PA”라면서 “법대로 의사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환자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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