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땐 보전’ 협약 묶여
270여억원 들여 재매입 해야
민간 건설사의 개발사업을 위해 수백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이 벌이지게 생겼다. 안산시가 매각한 시유지에 아파트를 건립하는데, 필요한 학교부지는 무상 공급하라는 정부의 결정이 나온 때문이다. 시는 이 터를 팔 당시 교육용 부지의 땅값이 매매가보다 떨어지면 그 손해액을 메워주겠다는 협약을 업체와 맺은 상태다.(본보 4월12일 12면 등)
2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중앙투융자심사를 통해 사동90블록 내 안산1초등학교(48학급) 신설 계획에 대해 ‘(안산시의) 학교용지 무상공급 협의 이행’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학교부지를 공짜로 내라는 얘기다.
교육부는 이곳 사동90블록의 사업자를 안산시로 봤다. ‘시가 밑그림을 그린 시유지를 민간에 매각, 사업을 승인한 것이어서 시를 사업주체 또는 공동사업주체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시행자가 지방자치단체인 경우는 학교용지를 시ㆍ도에 무상으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애초 시유지였던 사동90블록(36만여㎡ㆍ토지비 8,012억 원)에는 현재 GS건설이 공동주택 6,600세대 등을 짓고 있다. GS는 이 가운데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1곳씩 모두 3곳의 학교용지 4만여㎡는 680억 원을 시에 주고 샀다.
당시 시는 학교용지를 교육당국에 되팔 때 밑지면 메워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이 덫에 걸린 안산시가 교육부의 이번 결정으로 초등학교 부지(1만6000㎡ㆍ270여억원)를 혈세로 다시 매입해야만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설립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안산시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 승소하지 않는 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산시는 일단 ‘학교대란’을 막기 위해 교육부 결정을 수용하되, 법적 다툼을 검토 중이다. 사동90블록 첫 입주는 2020년 2월쯤으로, 공기(2년~2년6개월)를 감안하면 당장 내년 초에는 초등학교 건물 설계에 들어가야 한다.
안산시 관계자는 “학교를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는 데는 교육당국과 공감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에 대해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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