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최고 안보시설로 안내해
안보 상황 공유 협조 요청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4당 대표들과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이른바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로 여야 대표들을 인도했다. 청와대의 가장 중요한 안보시설인 NSC 공개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초당적 협조를 구하기 위한 차원으로 야당과도 안보 상황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4당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14분부터 약 20여분간 청와대 NSC 벙커를 함께 방문했다. 벙커 방문은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은 깜짝 이벤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분위기가 때로는 약간의 긴장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서로 역지사지 하며 솔직담백한 대화가 오가는 좋은 분위기였다”며 “공동발표문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니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 가서 벙커를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야당 대표들은 문 대통령의 안내로 벙커를 둘러본 뒤 회의석에 앉아 NSC 회의가 이뤄지는 상황을 문 대통령으로부터 설명을 받기도 했다. 이어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이 안보 상황 브리핑까지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NSC 벙커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지진 등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의용 NSC실장, 송영무 국방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 정부 핵심 외교안보 참모들만이 참석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극비 보안 시설이다. 대통령이 직접 정부의 내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NSC를 야당 대표들에 공개한 전례가 있는지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의 깜짝 제안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야당 대표들을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며 정부의 안보 정책에 협조를 구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언급하며 “이런 때야말로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안보문제만큼은 여야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께 희망이 되고 경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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