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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속속 떠나는 축구스타들, ‘축구산업 실망의 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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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속속 떠나는 축구스타들, ‘축구산업 실망의 땅’ 될까

입력
2017.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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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축구 안정환 이어 이동국도 떠나

K3 구단 창단도 부정적

'대박이 아빠' 이동국은 지난 3월 세종시에서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세종시 스포츠 홍보대사까지 맡는 등 의욕있게 세종시 축구 시장에 진출했지만 불과 몇 개월 뒤 철수했다. 세종시 제공
'대박이 아빠' 이동국은 지난 3월 세종시에서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세종시 스포츠 홍보대사까지 맡는 등 의욕있게 세종시 축구 시장에 진출했지만 불과 몇 개월 뒤 철수했다. 세종시 제공

유소년 축구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는 세종시 축구산업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여서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선점에 나선 유명 축구스타들이 속속 떠나고, 세종시 연고 K3구단 창단도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세종시에 따르면 전국 최연소 도시로, 유소년 스포츠 산업의 시장성이 부각되면서 축구를 중심으로 안정환, 이동국 등 왕년의 축구스타들이 잇따라 진출했지만, 결국 한계를 넘지 못하고 철수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연령이 36.8세(행정중심복합도시 32.1세)인 전국 최연소 도시로, 유소년 스포츠 수요가 큰 인구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소년 스포츠인 축구클럽의 주 대상이 되는 6~13세 아동(남자)는 지난 8월 말 기준 1만5,126명, 14~19세 청소년은 8,569명이며, 잠재수요인 0~5세 아동도 1만1,662명이나 된다. 이런 인구 분포 탓에 세종시는 현재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스포츠 산업이 눈에 띄게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은 이런 시장성을 인식, 네임밸류를 십분 활용해 일찌감치 세종 유소년축구클럽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정환FC는 2014년 3월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스포츠센터에 유소년 축구교실을 개설, 운영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첫 유소년 축구클럽이었다.

하지만 안정환FC는 정부청사관리본부와 선수반 육성 등 사업 확장과 코칭스태프 처우 등 관리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재계약을 포기했다. 안정환FC 관계자는 “재무 문제 등 일부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코칭스태프 지원은 별 문제가 없었다”며 “선수반 육성과 관련해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아 재계약을 안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잡는가 싶던 안정환FC가 떠난 자리를 채운 것은 그와 함께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견인했던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지난 3월 세종시 진출을 선언하고, 연서면에 6~13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동국 스포츠파크 in 세종’을 열었다. 이 곳에 축구장은 물론, 수영장, 체육관, 유아스포츠단,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세종시 스포츠 홍보대사까지 맡으면서 의욕있게 출발한 그였다.

하지만 불과 수개월이 지난 최근 이동국은 유소년 축구교실 중단을 결정했다. 여러 기능의 인프라까지 갖췄지만 도심과 물리적으로 많이 떨어진 지역에 둥지를 틀다 보니 수요 창출이 기대에 못미치며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안정환FC처럼 처음부터 행정도시에 터를 잡았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진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맞물려 이동국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며 세종시 스포츠 홍보대사 역할도 사실상 제대로 못하게 돼 지역에선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엔 세종시에 가칭 ‘FC세종유리스타(유리스타)’라는 명칭의 K3리그 구단 창단 제안이 들어왔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전의 축구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사가 주도한 유리스타는 자체 출연금과 기업협찬으로 초기 재정적 부담을 세종시에 지우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구장을 이동국 스포츠 파크가 떠난 자리를 활용하고, 2021년 K리그 클래식, 202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의지를 드러냈다. 유스시스템과 축구교실 등 종합 육성ㆍ관리방안도 제안서에 담았다.

이 인사는 유리스타를 통해 시민 화합과 정체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명분을 제시하며 세종시 곳곳의 축구장을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세종시축구협회는 K3구단 창단 제안 소식에 크게 환영하며, 동호인 등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는 적어도 아직까진 여러 여건상 K3 구단 창단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K3 구단 창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부담이 없다고 하더라도 몇 년 후 시가 재정을 보조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며 “현재 시세도 아직 부족하고, K3구단이 과연 세종시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K3구단 창단을 한 뒤 유소년 사업 등을 업을 벌이며 수익 창출에 치중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시 축구협회 관계자는 “세종시는 신생도시다 보니 아직 축구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은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본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성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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