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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학생 문신… 손 묶인 학교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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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학생 문신… 손 묶인 학교 규제

입력
2017.09.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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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담 등 접근 쉬워지며 유행

교육부 교육청은 관련 지침 없어

지적하면 “인권 침해 아니냐”

일선 교사들 관리 지도 골머리

불법 시술 많고 평생 흔적 남아

영국 프랑스는 18세 미만 금지

한 문신 시술사가 문신을 새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문신 시술사가 문신을 새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부평의 모 고교 교사인 김모(28)씨는 지역주민들로부터 간간이 항의전화를 받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보기 흉한 문신을 드러내놓고 다니는데 왜 학교에서 가만 두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로서는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 딱히 문신을 금지하는 교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부나 관할 교육청에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교로서는 규제할 수단이 없다”며 “학생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 인권 침해라며 시도 교육청에 민원을 넣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문신이 중ㆍ고등학생 사이에서도 유행하면서 학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는 청소년 사이의 문신 유행에 한몫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의료인만 문신 시술 행위를 할 수 있으나 SNS를 통해 문신 상담을 해주는 이들이 늘면서 청소년도 손쉽게 문신 방법과 비용을 상담하고 있다. 고교생 가모(18) 군도 최근 SNS 상담을 통해 왼쪽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문신을 감행했다. 그의 문신은 긴 팔 옷을 입으면 보이지 않지만 반팔 셔츠를 입으면 살짝 드러난다. 그는 “연예인들이 문신을 하고 TV방송에 나오는 게 멋있어 보여 따라 했다”며 “남들보다 개성 있어 보이려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에서 문신을 시술하는 한 전문가는 “2~3년 전보다 2배 이상 미성년자들의 문신 문의가 늘었다”며 “업계 종사자들끼리 미성년자에게 문신을 해주지 않기로 협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나 방송 영향으로 문신 시술이 청소년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각 지역 교육청은 문신을 포함한 학생지도 관리는 학교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개별적으로 학칙을 정해서 관리해야 한다”며 “학생의 문신, 염색이나 복장 등은 학생인권조례에 해당하는 사항이어서 교육청이 일괄 지침을 내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비단 경기도 교육청뿐만 아니라 서울, 전북, 충북 등 다른 지역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학교나 교사들의 고민만 깊어간다. 경기 부천의 한 고교 교사인 홍모(33)씨는 “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우리로서도 학생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우리와 달리 외국에서는 건강상 위험 등에 따라 청소년, 특히 미성년자 문신 시술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다. 한국보건의료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문신 안전 관리 기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마호주에서는 건강상 이유로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문신 시술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시도 16세 미만은 문신 금지, 18세 미만은 부모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18세 미만은 문신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전무해 문신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해 청소년들이 충분한 설명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유경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의 문신 시술자체가 불법이고 영구적으로 흔적이 남지만 미성년자의 판단력이나 성숙도가 성인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미성년자 문신 시술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술과 담배처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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