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관계도 부침이 있게 마련인데, 미일은 다르다. 미국 정부가 진보든 보수든 거의 최상이다. ‘론-야스 시대’로 불린 1980년대 레이건-나카소네, 2000년대의 부시-고이즈미, 오바마-아베에 이어 트럼프-아베까지 양국 지도자의 궁합은 세대를 뛰어넘는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때의 한미관계, 대선 때 ‘브로맨스’ 를 과시했다가 지금은 신냉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냉랭해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와 대비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한때 ‘라오펑유(老朋友ㆍ오랜 친구)’ ‘퍄오제(朴姐ㆍ박근혜 누나)’라고 불렀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금 한국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 북한이 없었다면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성공도 없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관방 부장관 시절 고이즈미 총리를 따라 방북한 뒤 북일 수교를 강하게 반대한 안보 이미지 덕분에 총리에 오른 그다. 그래서 누구보다 ‘북한위협론’의 정치적 효용을 잘 안다. 사학 스캔들로 20%대까지 폭락했던 아베 총리의 지지도가 북핵 사태에 힘입어 급등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장단을 맞춰 준 것도 컸다.
▦ 최근 도를 넘는 일본 언론의 ‘한국 때리기’ 보도도 일본의 안보 여론을 의식한 전형적 포퓰리즘 행태다. “북한에 비상사태가 나면 일본에 10만명 단위로 난민이 몰려올 것”이라는 아소 부총리나 ‘일본 핵무장 필요성’을 부추긴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의 말은 그들 생각이라 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봉쇄하는 힘이 아베에게는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는 없다고 했다”는 식의 날조 보도는 정부와의 유착 의심마저 들게 한다. 한미일 공조를 깨려는 중국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 아베 총리가 조기총선 칼을 꺼냈다.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사학 스캔들에 따른 여론 악화로 미뤄 뒀던 개헌을 다시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지지율이 급등하는 지금이 정권을 연장하는 데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의 CNBC 방송은 “김정은의 미사일이 일본 평화주의에 마지막 못질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핵 사태 이후에도 미일관계를 위해 한미를 이간질하려는 일본의 시도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미국 전략폭격기의 동해 출격이 미국과 일본의 합작품이라는 것도 맘에 걸린다. ‘일본 리스크’라고 해야 하나.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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