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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이만수가 라오스 야구장 건립에 ‘올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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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이만수가 라오스 야구장 건립에 ‘올인’한 이유

입력
2017.09.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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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정부가 야구장 건립을 위해 지원한 부지에서 이만수 프로야구 전 SK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지 주위는 풀들이 자라 밀림처럼 변해가고 있다. 헐크 파운데이션 제공
라오스 정부가 야구장 건립을 위해 지원한 부지에서 이만수 프로야구 전 SK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지 주위는 풀들이 자라 밀림처럼 변해가고 있다. 헐크 파운데이션 제공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하고 라오스 야구협회 창립을 주도한 이만수(59) 프로야구 전 SK 감독이 길을 잃고 미로에 서있다. 라오스 정부에서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라오스 국립경기장 스포츠 종합 시설 단지 내 부지 2만1,000평을 무상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토지를 제공할 뿐이지, 야구장 건축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전 감독은 비용을 마련하고자 발 벗고 나섰지만 최근 좌절을 맛 봤다.

26일 라오스에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 전 감독은 27일 본보와 통화에서 “야구장 4개 면을 짓기 때문에 한 면에 3억 원 정도 들고 최소 10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 부담도 많이 된다”며 “그 동안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봤지만 열정만큼 함께 할 곳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전 감독은 지난해 하반기에 우리 정부의 해외 원조 사업으로 지원을 받기 위해 불철주야 서류를 준비, 심사에 접수했다. 라오스의 3개 부서 장관(교육체육부, 외교부, 투자기획부)의 허락과 요청서를 받아 주 라오스 한국 대사관을 통해 우리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서류를 보냈다. 그리고 문체부와 외교부의 승인을 단계별로 통과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는 듯 했지만 최종 심사 과정인 기획재정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 전 감독은 “탈락 소식에 참 많이 당황하고, 크게 실망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만수 전 감독이 라오스 야구협회 창립식에서 라오스 유소년 대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헐크 파운데이션 제공
이만수 전 감독이 라오스 야구협회 창립식에서 라오스 유소년 대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헐크 파운데이션 제공

2014년 말 SK와 사령탑 계약 만료 후 국내 재능 기부 활동과 라오스에서 ‘야구 전도사’ 역할을 했던 이 전 감독은 아직 라오스에 단 한 곳의 야구장도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재 150명 정도 선수가 있을 뿐”이라며 “선수들은 주중에 실내 연습장 수준도 안 되는 작은 야구 센터에 모이고, 주말엔 두 시간씩 축구장을 빌려 라인을 긋고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생활이 벌써 4년째다. 환경이 열악해 훈련도중 다칠 수도 있다”면서 “라오스 야구협회도 창설되고 국가대표도 선발해 곧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야구장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라오스 정부에서 제공하기로 한 야구장 부지는 현재 거친 풀들이 자라며 밀림처럼 변해가고 있다.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야구장을 건립하려던 계획에는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이 전 감독은 평소 신념 ‘포기는 절대 없다‘를 되뇌이고 있었다. 그는 “예전 우리도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아 야구를 시작했다. 1904년 미국인 필립 질레트 선교사 덕분에 야구가 도입된 것처럼 야구인 중 한 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며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라 개인보다 국가를 더 신뢰하고, 대한민국에서 야구장 건설을 지원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각계각층 만날 수 있는 분들을 전부 만나서 도움을 요청할 계획”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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