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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유산≠자식 몫… “열심히 산 나를 위해 쓰거나 기부”

입력
2017.09.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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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상속 부채의식 벗어나

세계 여행ㆍ취미 등에 쓰고 싶어

반려동물도 상속 고려 대상으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죽음 이후를 생각하다 보면, 어렵사리 모아 온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고 떠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따를 수밖에 없다. 나의 죽음을 가장 서글퍼할 자녀에게 남겨주며 부모의 역할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우리는 상식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유산에 대한 이 뿌리 깊은 고정관념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65)씨는 70세가 되는 5년 뒤 아내와 세계 일주를 떠나기로 했다. 한 두 달 동네 연습장을 다니며 손맛만 봤던 골프도 그때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곧 있을 두 아들의 결혼자금(각 5,000만원, 총 1억원)을 제외하고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는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후회 없이 살아보자고 아내와 약속했어요. 큰 성공은 못했지만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

젊은 세대일수록 ‘유산은 곧 자녀의 몫’이란 관행에 고개를 젓는다. 이미 풍족함을 경험하며 자란 자녀들에게 죽으면서까지 부채의식을 갖긴 싫다는 생각이다. 회사원 문병희(39)씨도 그렇다. 은퇴 후 최고급 요양 시설에 들어가 여유를 즐기거나 꽃꽂이나 커피 수업 등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기다가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자녀가 없는 경우 키우던 반려동물도 유산 상속의 고려 대상이 된다. 회사원 박선숙(48)씨 부부는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를 일찌감치 자식으로 품었다. 부부 사망 시 이들을 돌봐 줄 사람에게 재산의 일부를 넘길 의향이 있단다. “사람이야 홀로 남겨져도 살아가지만 동물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우리 아들 딸이나 마찬가진데 먹고 살게끔 해줘야죠.” 실제로 일부 금융회사에선 주인 사망 시 미리 정한 보호자에게 사육비를 넘겨주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아직 보편적인 문화는 아니지만 유산을 사회에 기부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20년째 여성의류 판매업을 해 온 한모(67)씨는 올해 초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 한씨는 최근 ‘만약 내가 죽는다면 운영 중인 가게를 처분한 돈을 포함해 지금껏 모은 전 재산 약 1억 원을 난치병 어린이를 위해 쓰겠다’ 는 결심을 굳혔다. “남을 돕고 살아본 적이 없다”란 단순한 이유에서다. 그는 이 결심 후 병원 가는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했다.

1년 전 정년 퇴직한 강모(58)씨도 사망 시 1억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사회에 기부할 생각이다. 지난 8월 대구에서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전 재산 1,800만원을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별세한 90대 할아버지 소식을 접하고 내린 결정이다. 유언 공증 절차 등을 위해 법률 자문을 수소문 중이라는 강씨는 “혹시라도 생각이 바뀔 수 있으니 기부 결심은 빠를수록 좋은 것 같다”며 “아이들이 ‘엄마 돈 엄마 마음대로 쓰는 건 당연하다’고 말해줘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웃었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노후 걱정과 자녀와의 분쟁 소지 등 여전히 유산 기부를 망설이는 요인들이 많다”면서도 “상담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인식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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