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분보다 화장이 대세 되면서
좁은 아파트식 납골당 벗어나
수목장 등 자연장 이용률 15%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서든 봉분을 볼 수 있다. 조상 대대로 전해지는 방식이지만, 후손에게 묘 관리는 무거운 짐인 게 현실이고, 산야를 뒤덮는 묘지들도 골치거리다. 하지만 이제 화장이 대세가 되면서 장묘 문화도 변화고 있다. 매장에서 탈피하면서 ‘장묘(葬墓)’라는 말보다 ‘장사(葬事)’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회사원 이모(39)씨는 “화장을 한 뒤 산에 올라 바람에 유골이 뿌려지는 ‘풍장’을 해서 죽은 후에는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주변에 들어보니 부모의 유골을 모신 곳이라도 없으면, 자녀들이 부모님 사망 후 상실감을 더 느낀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런 점은 고민”이라고 전했다. 대구에 사는 장인화(62)씨는 “어머니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으니 화장 후 바다에 유골을 뿌려달라’고 말씀하시는데, 한국 정서상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때문에 화장 후 ‘산골(散骨ㆍ유골을 뿌리는 것)’하지 않고 나무, 화초, 잔디에 묻는 자연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자연 훼손이 적고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에서도 호응이 높다. 회사원 조모(38)씨는 “아파트식 납골당에 갇혀 있는 것보다 (수목장을 해서) 새 소리가 들리는 산에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 양모(50)씨는 “은퇴하면 고향인 하동에서 귀농할 계획인데 정원을 가꾸고 그 곳에 수목장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라며 “집 옆에 간단하게 수목장을 만들면 벌초할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후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혁인 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한국은 묘를 찾아서도 제사를 지내는 등 가시화된 추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어 화장이 일반화된 후에도 추모 공간이 따로 마련된 납골당과 같은 봉안시설을 많이 이용했다”며 “이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자연장 이용률이 현재 15% 수준에서 몇 년 내에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비용부담 등은 자연장도 피하기 어렵다. 은행원 김모(49)씨는 “경기지역의 한 가족수목장 조성 공원을 다녀왔는데 잔디와 나무가 가득해 인상이 좋아 관리 비용을 물어보니 주변 납골당과 차이가 없었다”며 “시설 중심으로 장지를 찾으면 비용 부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버지 장례를 치른 회사원 조모(38)씨는 “납골당을 급히 알아봐 닭장처럼 비좁은 곳에 모시고 나니 허리도 못 펴고 계실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며 “수목장을 다시 알아보려니 이장은 절차가 까다롭더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일반화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비문(碑文)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회사원 윤모(33)씨는 “묘지에 비석을 세운다면 ‘안녕’이라는 두 글자만 적고 싶다”고 했다. 찾아오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안녕!, 안녕~, 안녕?, 안녕…’ 등 다양한 어조로 읽힐 수 있는 인사말이어서 유쾌할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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