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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교황 우르바노 7세(9월 27일)

입력
2017.09.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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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흡연 규제를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진 교황 우르바노 7세. wikimedia.org
공공장소 흡연 규제를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진 교황 우르바노 7세. wikimedia.org

교황 우르바노 7세(Urbano Ⅶ, 1521~1590)는 최단기 재임한 교황으로 유명하지만, 공공장소 금연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최초의 인물로도 주목할 만하다.

로마 귀족이던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대에서 시민법과 교회법을 공부한 뒤 변호사와 교황청 대심원 고문, 몇몇 교구청 대주교와 주교 추기경 교황대사 등을 역임한 뒤 1590년 9월 15일 제228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재위 12일 만인 27일 말라리아로 선종했다.

그 짧은 재임기 동안 그는 무척 의욕적으로 일했던 듯하다. 로마 제빵사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빵을 공급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했고, 교황청 관료들의 사치 및 친족 등용을 금지했다. 교황령 전역 공공사업 계획으로 빈민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건 뉴딜정책의 원조라 할 만하다. 그가 남긴 재산은 전액 가난한 여성들의 결혼지참금으로 쓰였다.

그리고 취임 직후 금연 칙령을 내렸다. 교회 내부는 물론 현관까지, 흡연은 물론이고 씹는 담배와 코로 분말을 흡입하는 행위까지 금지하고, 위반 시 파문을 경고했다. 교황의 칙령은 실정법보다 지엄하던 때였다. 그가 흡연을 금한 동기는 불확실하다. 불경(不敬) 혹은 사치를 경계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가 흡연에 개입한 것은, 한 논문에 따르면, 17세기 초 영국 국왕 제임스 1세가 처음이었다. 그는 1604년 ‘흡연자에의 도전’이라는 조칙을 통해 “흡연은 국가 명예를 손상시키는 야만 행위이며, 의약적 효과 역시 미신일 뿐”이라며 대대적 금연운동을 시작했다. 동기는 아메리카로부터 담배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한 때문이었다. 그는 금연 캠페인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프랑스 재상 리슐리에가 1692년 같은 이유로 담배 관세정책을 폈고, 17세기 중엽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아메드 1세는 흡연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금연정책을 폈다. 1830년대 시작된 미국의 금연운동은 음주와 함께 청교도적 ‘절제’가 명분이었다. 아동 흡연 규제는 영국과 미국이 각각 1908년과 1933년 16세 미만 담배 판매 금지법으로 시작됐다. 보건 목적의 금연 운동 및 법적 규제가 본격화한 것은 1964년 미국 보건성이 흡연과 폐암의 원인을 밝힌 보고서 발표 이후부터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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