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기수·강유미·김기열
메이크업·게임 등 채널 개설해
크리에이터로 제2의 전성기
“안녕 꼬요(꼬마요정)들, 화섹남 김기수예요.” 한때 ‘댄서 킴’으로 유명했던 개그맨 김기수씨는 요즘 본인을 이렇게 소개한다. ‘꼬요’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을 부르는 애칭이고, 화섹남은 ‘화장하는 섹시한 남자’의 준말이다.
방송 일이 들어오지 않던 시절, 자랑할 거라곤 30년간 해 온 ‘화장질’밖에 없었던 그는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튜브에 뷰티 채널을 열었다. 국내에선 흔치 않은 ‘화장하는 남자’ 방송에 처음에는 악플이 줄줄이 달렸지만, 1년 가까이 뚝심으로 밀고 나간 덕에 그때의 악플은 이제 ‘인간 김기수’를 응원하는 선플로 바뀌었다. 뷰티 콘텐츠로 TV 방송에 ‘역진출’까지 이뤄 낸 그는 “연말이면 내 이름을 딴 화장용 브러시가 나온다”며 “해외 초청도 들어오고 있어 내년부터는 글로벌로 무대를 넓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주 KBS 개그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는 강유미씨와 김기열씨도 김씨 못지않은 ‘유튜브 스타’다. 강씨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 추천하는 ‘눈물범벅 화장법’이나 성형 고백, 모텔 체험기 등 구독자들이 원하는 영상을 매주 두 번씩 직접 만들어 올린다. 뚜렷한 주제가 없는 ‘잡탕방송’인 그의 유튜브 채널은 그래서 이름도 ‘좋아서 하는 채널’이다. 평소 온라인 게임을 즐겨 3개월 전 게임 방송 채널을 개설했다는 김기열씨는 벌써 1만3,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컴퓨터 전원만 알던 컴맹에서
이젠 조명·촬영·편집까지 하죠”
TV에서 인터넷으로 무대를 옮겨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세 사람이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취재진과 만나 1인 방송 제작자(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풀었다.
지금이야 인기 크리에이터로 소개되지만 이들이 인터넷 세계에서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건 아니다. 컴퓨터라곤 켜고 끄는 법밖에 몰랐던 ‘컴맹’ 김기수씨와 강유미씨에게는 입문부터가 난관이었다. 유튜브 채널 개설 방법조차 몰라 구글 관계자에게 지겹도록 전화를 걸어 물었다는 강씨는 “동영상 편집에 좋다는 노트북을 찾아 산 뒤 편집 프로그램을 깔아 책을 보며 익히고,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조명 등 소품을 구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고 전했다.
고생 끝에 구독자 10만 이상의 인기 크리에이터로 거듭난 지금도 동영상 제작과 편집은 전부 이들의 몫이다. 김기수씨는 “편집을 도와주는 PD들이 있기는 한데 10편 중 9편은 직접 만든다”며 “거의 중노동”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김씨가 맡고 있는 뷰티 쪽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신상이 쏟아져 부지런히 구입해 써 봐야 한다. 단 한 번의 손놀림으로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게 화장의 미학이라, 영상을 찍기 전까지 자기 얼굴을 도화지 삼아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친다. 그는 “이렇게 준비해도 막상 찍어 놓고 보면 안 예쁜 경우가 많아서 편집을 5번 이상 한다”며 “13~15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꼬박 3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편집을 다 마쳤지만 재미가 없어서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채 컴퓨터에 잠들어 있는 영상도 30편이 넘는다고 한다.
강유미씨의 경우 매달 유튜브 광고 수익은 200만원 정도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지만 “버는 족족 관련 소품을 사는 데 들어가고 있어서 남는 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처음 1인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후배 연예인에게 ‘저 형은 이제 끝났다’ ‘이제 메이크업까지 손을 대는구나’ 식의 비아냥을 들었다는 김기수씨는 요즘 도리어 그들로부터 ‘1인 방송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하는 메시지를 받는다고 했다. 그때마다 그는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멘탈이 아니면 이쪽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직언한다. 구독자들의 냉철한 댓글은 연예인이라고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가 힘줘 말했다. “무엇을 할지 미리 목표를 정해 놓고 차근차근 준비해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알고 보면 이 바닥이 더 무서운 바닥이거든요.”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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