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
선거 개입 국가예산 지원도 추궁
직권남용 공소시효 7년과 연관
탄압 행위 밝혀지면 추가 기소
댓글공작 국정원 중간간부 2명 구속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 불법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2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원세훈(66ㆍ수감중) 전 국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라고 밝힌 ‘박원순 제압문건’과 ‘문화ㆍ연예계 블랙리스트’가 대상자에 대한 실제 탄압 행위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 초점이 모아졌다.
이날 오후 검찰에 소환된 원 전 원장은 안경에 마스크를 쓴 채 호송차에서 가장 먼저 내렸고, 아무 말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 받아 법정구속됐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박원순 제압 문건,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작 외에도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해 선거 등에 개입하고, 이 과정에 수십억원의 국가예산을 부당 지원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이번 조사는 원 전 원장과 함께 국정원법ㆍ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민병주(구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소환에 이은 것이다. 즉, 원 전 원장을 이들과 함께 국고손실 등 혐의로 추가기소하기 위한 수순이지만, 문건과 블랙리스트 실행과 관련한 추가 혐의 수사에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 등 4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는데, 이들은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박원순 제압문건을 보고ㆍ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국정원 TF는 이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공소시효와도 연관돼 있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국정원이 박 시장에 대한 비판활동을 수행한 시점이 2009년 9월부터다. 또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공작을 한 시점은 2009년 7월이다. 검찰은 문건 작성이나 대응TF 활동 시점 이후 연속된 범죄 행위를 빨리 밝혀 일단 기소를 해야, 추후 탄압 행위 관련 혐의도 추가 기소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방송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이날 최승호 이우환 전 MBC PD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PD는 “쫓겨나고 해고되는 과정에 김재철 등 경영진 뜻만 있었던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원이나 청와대와 연결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날 원 전 원장과 함께 ‘사이버 외곽팀’을 관리하며 댓글 활동을 지시한 혐의(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국정원 심리전단 과장 장모씨와 황모씨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 뒤 영장을 발부하며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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