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꽃은 뇌물이 아니다”… 김영란법 개정 촉구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금지에관한법률(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주최한 토론회가 화훼농민들의 돌발 항의로 30분간 파행됐다. 법 시행으로 공직자를 비롯, 법 적용을 받는 대상자들이 5만원 이상 선물을 주고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직격탄을 맞았다는 불만 표출이었다.
화훼 농민 30여명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시행 1년 토론회’에서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행사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인사말 필요 없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단상 앞으로 나왔다. 이들은 “농산물이 언제부터 뇌물이 됐고, 꽃이 언제부터 뇌물이 됐느냐”며 “화훼농가, 농어민이 다 죽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농민은 “김영란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농수산물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법을 보완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손에는 ‘김영란법 개정해 농업경제 서민경제 살려내라’, ‘꽃은 뇌물이 아니다. 마음의 선물이다’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단상 위에서 30분 간 이를 지켜보던 박 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발언을 듣고 싶다’는 농민들 요청에 “법이 과도한 규제 측면이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고 고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여러분들의 고충과 눈물을 진정으로 담을 수 있는 그런 지혜로운 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기 때문에 법의 이름으로 누군가 극심한 고통을 당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 발언에 농민들은 “토론회 발언을 일단 들어보겠다”며 자진해산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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