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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800만 관중? “있을 때 잘 해라”

입력
2017.09.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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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카이돔. 넥센 제공
고척스카이돔. 넥센 제공

프로야구가 심판 금품수수 스캔들, 비디오 판독 오독 등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2년 연속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마냥 박수만 치고 있을 때는 아니다. 관중 숫자로 축배를 들기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시계를 지난 3월로 되돌려보자. 안방에서 개최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한 한국 야구는 초상집이었다. 근성도, 투지도 없었고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으로 공분을 샀다. 역대 최악의 시즌 오프닝이지만 KBO리그는 올해도 800만 관중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생각했다. 승부 조작이 뒤흔든 지난해에도 근간이 흔들린 듯 ‘위기론’이 쏟아졌지만 웬걸 역대 최다 관중이 입장했던 프로야구다. 야구가 생활의 일부가 된 충성도 높은 팬들 덕분에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을 뿐이다.

최근 4년 간 승부 조작과 심판 스캔들을 비롯해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원정 도박 파문, 음주 운전, 금지 약물 복용,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파문 등 다양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줄줄이 터져 나온 악재들과 이승엽(삼성)이 떠난 후 한국 야구를 이끌 영웅의 부재는 언제 터질 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느낌이다.

KBO리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탄생된 야구 영웅들 이외에 이렇다 할 전국구 스타 선수를 배출하지 못해 왔다. 야구 저변이 약한 상황에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했던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김인식 전 대표팀 감독 등 야구 원로들이 지적하듯 양현종, 윤석민(이상 KIA), 김광현(SK) 이후의 특급 에이스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이후 KBO리그를 압도하는 마무리투수 또한 없다. 그들이 주축이 돼 2006년 WBC 4강과 2009년 준우승,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일궈 유입된 팬들로 작금의 800만 관중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KBO리그를 주름잡는 스타의 부재나 국제대회의 부진한 성적이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으며, 매년 반복되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의 해외 유출이나 심판에 대한 불신 등 리그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도 흥행에 변수로 늘 도사리고 있다.

리그 종착역을 앞둔 한국 야구는 ‘가을 잔치’까지 끝나고 나면 더 중요한 일들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한ㆍ일 프로야구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지는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3월의 수모를 만회하고 경쟁력을 다시 키워야 한다.

프로야구는 800만을 넘어 궁극적으로 관중 1,000만 시대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정적 요인들 속에서 현상 유지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보다는 뼈저린 성찰이 필요하다. 야구팬들이라면 2000년대 초반 썰렁했던 관중석이 기억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르네상스를 열었던 KBO리그의 인기는 박찬호 등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과 1999년과 2000년 시행했던 양대 리그의 실패로 싸늘하게 식었다.

현재 프로야구 관중은 이전에 비해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가족과 여성 위주의 관중 증가가 뚜렷해진 것이 트렌드다. 한 수도권 구단의 마케팅 관계자는 “열성 팬이 아니라면 단기적으로는 경기력에 영향을 덜 받겠지만 야구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주변 평가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가 재미없다는 인식이 박히면 극장을 찾지 않는 것처럼 야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꾸준히 주입될 경우 언제든 등 돌릴 수 있는 유동적인 팬층이라는 뜻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울했던 지난 시간을 반면교사로 재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우물 한 개구리’ 신세로 세계 야구의 변방에 머물게 될 것이고, KBO리그의 흥행 가도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아직 떠나지 않은 800만 관중들이 ‘있을 때 잘 하자’.

성환희 스포츠부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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