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신당 대표로 싸울 것”
北 도발 대응할 강력한 정권 강조
자민당 지지율 44%로 압도적 우위
개헌 동력 ‘310석’ 유지 여부 촉각
올 여름 지지율 급락으로 정권붕괴 위기까지 몰렸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이 참에 중의원 해산을 단행, 국민 신임 재확인을 통해 개헌과 장기 집권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아베 총리는 25일 낮 도쿄 자민당사에서 임시간부회의를 갖고 오는 28일 임시국회를 열어 중의원을 해산하고 내달 22일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 7월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 압승으로 강력한 아베 대항마로 떠오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도 이날 지지세력이 추진 중인 신당 당대표로 나서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일본정국이 급속히 선거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북한 도발로 인한 위기상황을 강조하며 자신과 자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국민이 큰 불안을 갖고 있다. 여러 수단으로 (대북)압박을 최대한 높여나가야 한다”며 “이 선거로 신임을 얻어 북한에 대해 의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안보ㆍ북풍 선거’로 치를 의향을 숨기지 않았다. “국난돌파 해산”으로 규정하면서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임하겠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는 또 2019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10% 인상과 관련해 세수증가분 일부를 ‘사람만들기 혁명’에 사용할 것이라며 2조엔(약 20조3,000억원)을 투입해 3~5세 보육무상화 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임기 1년 이상 남은 중의원을 해산하는 것은 “지금이 선거에서 승리할 최적 타이밍”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년 12월 중의원 임기종료 시기에 근접해 선거를 하면 여당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승리를 이끌면 내년 9월 당총재(총리)선거도 유리해져 3연임 장기집권이 가시화될 뿐 아니라 개헌이나 북방영토(러시아와 쿠릴 4개섬 분쟁) 문제 해결시간도 벌게 된다.
관건은 야당의 전력이다. 이달 1일 새 출발한 민진당은 차세대 재목인 야마오 시오리(山尾志櫻里ㆍ42ㆍ여) 간사장 내정자가 불륜 의혹으로 탈당하는가 하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새 대표는 보수성향이어서 공산당과의 공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정당 창당을 추진 중인 고이케 지사 측 ‘희망의 당’도 시간이 촉박하다. 더욱이 극우정치인인 고이케 지사는 총선후 개헌을 고리로 아베와 연대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이날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총선에서 개헌세력이 3분의 2의석(310석)을 유지할 경우 아베 총리는 개헌추진 동력을 살려내는데다 2012년 정권탈환 후 중ㆍ참의원 5연승을 달성한다. 이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여론조사에선 아베 내각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상승해 50%로 집계됐다. 중의원 해산에 56%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지만 자민당 지지율은 44%로 민진당(8%)과 고이케 신당(8%)을 크게 앞섰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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